"인도는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 법률서비스 수요가 넘치는 나라입니다. 한국 기업과 관련된 인도의 법률서비스 시장 규모는 한 해 100억원에 달하는데 한국 로펌들이 가져가는 몫은 1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법무법인 광장의 안용석 변호사(44)는 인도 전문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다. "15세기 동인도회사 때부터 국제 무역을 해온 인도는 법 체계가 영국 식민지 때 만들어져 한국보다 오히려 국제적 기준에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인도 내 법률 비즈니스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가 인도 예찬론을 펼치는 것은 인도의 시장성이 밝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1990년대 초반 LG를 필두로 최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인도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를 능가하는 대형 제철소를 인도 오리사주에 짓고 있다. 안 변호사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의해 파생되는 국내 법률서비스 규모가 연 100억원에 달하며 매년 10%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인도의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규모가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로펌들이 차지하고 있는 인도 관련 법률서비스 규모는 연간 10억원 남짓.나머지는 모두 인도 현지 로펌이나 영·미 로펌들의 몫이다. 단지 한국에 인도 전문 변호사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한국과 인도는 지난 7일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협정(CEPA)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인도 법률시장이 한국 로펌에 개방될 시기도 머지 않았다. "한국 변호사들이 인도의 가치를 제대로 알았으면 합니다. 국내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인도와 같은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 과감히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안 변호사는 국내 변호사 수가 7000명을 넘어 이제 1만명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처럼 법률서비스를 국내로 국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법률시장 개방이 1년도 남지 않았으니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세계를 무대로 삼으라는 것이다. 안 변호사가 남들보다 먼저 인도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의 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인도에서 신용장 거래를 해오던 코오롱그룹이 인도 은행으로부터 50억원을 떼인 무역 사고에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인도와 인연을 맺었다. 안 변호사는 4년여 동안 이 일에 파고들어 떼인 돈을 거의 회수한 뒤 1997년에 소송을 마무리지었다. 이후 국내 기업과 인도 현지 파트너들의 분쟁이 생길 때마다 그는 국내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가 인도 전문 변호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때는 2003년. 롯데제과 자문변호사로 인도 대형 과자 제조업체인 페리스 컨펙셔너리의 인수전에 참여하면서다. 인도 4대 도시인 첸나이(옛 마드라스)에 있던 그 회사를 직접 찾아 발로 뛰는 실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 거래를 마쳤다. 이후부터 안 변호사의 명성이 알려져 인도 관련 대형 비즈니스 대부분이 그에게 밀려들었다. 안 변호사는 현재 한국 기업으로서는 인도에 가장 많이 투자한 LG의 자문 변호사를 맡고 있다. "인도인의 협상 능력은 한국보다 한수 위이며 좀처럼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절대 얕봐서는 안됩니다. 또한 신용경제 사회가 아닌 만큼 가능하면 모든 거래는 어음이 아닌 현금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인도 진출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들에 법률가로서 던지는 그의 충고다. 글=정인설·사진=양윤모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