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 화성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아파트 매물이 크게 늘고 있다. 내년부터 늘어나는 양도세 부담(세율 50%)을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잔여 주택의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던 1가구 2주택자 등 다주택자들이 8·31 후속대책 발표를 앞두고 서둘러 집 처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 인창동 주공아파트 단지에서는 20평형대 소형 아파트로 구성된 4,6단지를 중심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 매물의 시세는 24평형의 경우 현재 1억7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지만 1000만~1500만원 가격을 낮춘 매물이 잇따르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중개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구리시 인창동 C공인 관계자는 "설 연휴를 전후로 집을 팔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맡기는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왕에 집을 팔려면 8·31 후속대책 발표로 가격 하락이 심해지기 전 처분하자는 생각에 다주택자들이 경쟁적으로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화성시 태안지구 S아파트에도 최근 다주택자들이 던지는 매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하지만 매수세는 없어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소화되지 않고 매물만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아파트 32평형 가격은 작년 말 2억원 안팎에서 현재는 1억7000만~1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단지 내 W공인 관계자는 "현 시세보다 최고 1000만원 정도 싼 매물을 3~4개 가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집값 하락을 점치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어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 아파트 단지에도 올 들어 매물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덕소리 D공인 관계자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방침을 밝힌 작년 5·4대책 발표 이후 한때 매물이 급증했다가 연말에 잠시 주춤했지만 올 들어 다시 다주택자들의 처분 물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올초부터 보유 가치가 적은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처분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물은 늘고 있지만 8·31 후속대책 발표를 앞두고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가격 조정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