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아드보카트호를 환영하러 나온 김대훈(37.사업)씨는 "2002년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LA공항 터미널은 흡사 인천공항을 방불케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어벡 수석코치가 맨 먼저 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취재 경쟁도 인천공항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터지는 플래시 전쟁이 이어졌다. 공항을 오가던 라틴계 주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한국 축구대표팀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홍콩에서 마지막 경기를 지고 온다는 부담 탓인지 표정이 그다지 밝지 못했던 태극전사들도 교민들의 환대에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아드보카트 감독에게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 5명이 달려가 꽃다발을 전했다. 처음에는 머슥해하던 아드보카트 감독도 악수를 한 뒤 아이들과 어깨를 감싸고는 한참 포즈를 취했다. LA에서 100여 명이 뛰고 있다는 유소년 축구클럽 '레드스타 사커클럽' 회원들이다. 김민재(10.브렌우드 사이언스 매그닛스쿨 5학년)군은 "(박)지성이 형을 가장 좋아하는데 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박)주영이 형을 보게 됐다"며 기뻐했다. 미국 여자축구 돌풍 때문인지 여학생들도 많았다. 백예진(9.살렘루터초등학교 4학년)양은 "나는 '보(홍명보)' 아저씨 팬"이라면서도 태극전사들을 향해 쉴새없이 손을 흔들었다. 김익수(58) 재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다음 주 이 곳 교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 태극전사들을 위한 만찬을 열 계획"이라며 "LA 교민단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LA 현지 붉은 악마 회원 남상원(27)씨는 "코스타리카와 맞붙을 때는 오클랜드까지 따라가서 응원전을 펼칠 것"이라면서 "이 곳 동포들이라면 대표팀 경기가 열린다는데 가만 앉아 있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콩에서 '한류 열풍'을 탄 아드보카트호가 LA에서도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교민들은 "2002년이 생각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은 본프레레호 시절인 지난해 초에도 LA를 찾았지만 아무래도 월드컵의 해에 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