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가 30일 북한산 `산행회담'을 통해 국회 정상화라는 결실을 끌어냈다. 50여일간의 정국 파행 사태가 최근 `원내 사령탑'에 오른 양당 신임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힘입어 일단락된 것. 특히 이날 합의는 사전 조율됐다기 보다 `협상 주역'인 두 원내대표간 즉석 합의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더욱 `드라마틱'해 보인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오전 북한산성 입구에서 만난 양당 원내대표는 목적지인 `대동문'까지 올랐다 출발점으로 복귀하는 3시간 가량의 산행 내내 시종 심각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또 이따금 손을 맞잡고 서로 끌어주며 산을 오르는 등 친밀감과 여야 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동행한 기자들이 대화내용을 듣지 못하게 통제가 이뤄졌지만 두 원내대표 스스로도 상당히 속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할 만큼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산행 도중 서너 차례 휴식을 취하면서 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주기도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동장대'에서 "당쟁과 사화가 원시적 형태의 정당정치이다. 북한산성을 숙종때 쌓았다는데 그 때도 당쟁.사화가 많았다"며 "우리당과 한나라당도 독주를 견제하고 서로 경쟁하며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목적지인 `대동문'에서 "(국회) 정상화하려고 정상까지 온 것이지"라고도 말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목적지인 대동문 성루에서 기자들은 물론 측근들까지 멀리 떨어뜨려 놓은 채 약 45분간 회담을 하면서 사실상 합의안을 결정했다고 한다. 전날까지 양당간 사전 조율 없이 회담에 임했지만 두 원내대표 모두 회담 전부터 국회 정상화의 `대의'에 공감해왔고, 산행 과정에서 이를 재확인한 만큼 전격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물론 최근 우리당 조일현(曺馹鉉) 원내 수석부대표가 임명된 뒤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 원내 수석부대표와 한 차례 만나긴 했지만 회담과 관련한 조율작업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전조율 없었다"는 양측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어쨌든 당 지도부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고 산에 오른 두 원내대표가 합의안의 많은 부분을 최종 결정했다는 점을 현재로선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재오 원내대표의 경우 산행에 앞서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합의할 내용에 대해 미리 언질을 줬고, 하산길에 김 원내대표와의 합의 내용을 추후 보고하면서 `승락'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인근 추어탕집에서 식사를 마친 두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논의와 국회 정상화가 골자인 4개항의 합의문을 전격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짧게 받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은 논의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복잡한 내막이 있어 모두 말할 수 없다"고 답한 반면, 김 원내대표는 "(합의 과정에서) 특별한 내막이 있다고 보지 말아달라"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끌어낸 협상 결과와 관련, "우리가 양보한 것은 없다"며 "서로 손해본 것 없이 `윈윈'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두 원내대표는 추어탕집에서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최종 합의문을 다듬는 동안 `여야 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관계를 풀어갈 때 입법부로서 동질성을 앞세우는 게 맞다"며 "앞으로 여야 관계를 풀어가면서 이 원내대표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가 호흡을 잘 맞춰 존중.배려하고 정치의 새로운 문화 패턴을 만들려 한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오늘 좋은 것을 많이 배웠고 앞으로도 국회 운영을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오늘 산행에서 누구 하나 미끄러지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손을 잡고 갔다왔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는 "내가 넘어질뻔 했는데 김 원내대표가 손을 잡아줘서 안 다쳤다"고 화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