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첨단기술과 신물질 개발을 발표한 논문들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번째 조작 의혹은 중국의 한 대학 교수가 3년 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첨단 반도체 기술이 날조된 것이라는 한 네티즌의 고발로 시작됐다. 이 사건은 조작 여부에 대한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정부로부터 1억위안(약 120억원)에 이르는 개발지원금까지 받아내는 등 '중국판 황우석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반도체 개발 연구팀에서 근무했다는 익명의 네티즌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3년전 상하이(上海)교통대학 천진(陳進.47) 교수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180나노짜리 첨단 DSP(디지털신호처리 프로세서) 반도체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발표 당시 '한신(漢芯)1호'로 명명된 이 DSP 반도체는 기존 외국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이 2배나 높아 수십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진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1년전까지 천 교수 밑에서 연구에 참여했다는 이 네티즌은 천 교수가 발표한 제품이 미국 모토로라사가 개발한 '프리스케일 56800 칩'을 교묘히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품의 뒷면에 표시된 'MOTO' 등의 글자를 긁어내고 '漢芯'이라고 표기했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자신이 연구 및 홍보자료 작성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날조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면서 추후 관련 증거를 속속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하이 교통대학 부설 한신과학기술공사는 성명을 통해 "한신 기술이 개발팀의 장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얻어진 산물이고 자주적인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면서 "이미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쳤다"며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두번째 사건은 항생물질 개발에 관한 것으로, 일부 연구 참여자에 의해 지난해 말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쓰촨(四川)대 추샤오칭(丘小慶) 교수가 2003년 12월 미국의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한, 기적의 항생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추 교수는 '단일 목적형 특이성 항생제의 살균공정 펩티드'라는 제목의 이 논문을 통해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을 살균하는 신물질 'PH-SA'을 개발했다고 밝혔으나 연구 참여자 중 2명이 논문 공저자 철회를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8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공저자 철회를 요청한 연구원들은 "추 교수가 논문 발표에 앞서 전문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참여한 이 논문에는 조작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 교수는 "이는 명백히 중국 과학자를 모욕하고 중상하는 것"이라며 조작을 부인했다. 조작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채 문제가 확대되자 스촨대학측은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도 25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엄중 조사 방침을 천명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