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실시된 칠레 대선에서 중도좌파 연합의 미첼 바첼렛(54)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유럽-아메리카-아프리카 세 대륙에 모두 여성 대통령이 잇따라 집권하는 진기록이 수립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이날 실시된 핀란드 대선에서, 타르야 할로넨(62) 현 대통령이 과반수 득표에 실패했으나 오는 29일 2차 투표에서 무난하게 재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된 엘렌 존슨-설리프(68)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취임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기독교민주연합 당수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르는 등 최근들어 국제적으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핀란드 =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보여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돼온 할로넨 대통령은 당초 예상과 달리 1차투표에서 50% 득표에 실패했다. 득표율 46.4%로 선두에 나선 할로넨 대통령은, 24%로 2위를 한 보수당 후보인 사울리 니니스토 전재무장관과 29일 2차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하지만 임기 중 정파 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등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성을 보이며 인기를 얻은 할로넨 대통령은 2차 투표에서는 니니스토 후보를 쉽게 따돌릴 것으로 현지 선거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핀란드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는 물론 내정의 총수이기도 하지만 내정 권한은 총리에게 일임하고 직접 관여하지 않는 대신 외교 문제를 주로 책임지고 있다. ◆라이베리아 = 존슨-설리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하루 앞둔 15일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는 각국의 여성 지도자들을 비롯한 경축사절들이 속속 도착해 여성 대통령 취임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 세네갈의 압둘라예 와데 대통령, 가나의 존 쿠푸오르 대통령 등이 취임식에 참석한다고 라이베리아 고위관리가 밝혔다. 취임식에는 이들 외에도 시에라레온 공화국 대통령 알 하지 아흐마드 테잔 카바 , 아이보리 코스트로 알려져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그바그보 대통령과 중국 및 프랑스, 기니아의 고위급 사절 등도 자리를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내전에 시달려온 라이베리아에서는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의 존슨-설리프가, 지난해 11월 20여명의 후보가 난립한 대선에서 승리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존슨-설리프의 취임식을 앞두고 라이베리아 주요 도로 등에는 검문검색이 강화된 가운데 유엔은 공항 등에 무장경비 병력을 추가로 투입했다. ◆칠레 = 집권 중도 좌파연합의 바첼렛 후보가 이날 대선결선투표에서 53.51%의 득표율로 야권 중도우파연합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후보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첫 여성 국방장관 외에 보건장관 까지 역임한 바첼렛 당선자는 사회 혁신가로 칠레의 사회변화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힌 인물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정 초기 투옥되기도 해 투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칠레대학 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전문의로 보건장관으로 발탁된 이래 두각을 나타내 중앙정계에서 급부상했다. 바첼렛의 당선으로 중남미 대륙을 휩쓸고 있는 좌파 열풍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연합뉴스)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