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교통사고를 내고 의식불명이었던 운전자를 주취상태로 판단, 뒤늦게 병원으로 후송하는 바람에 운전자가 숨졌다면 국가에게 일부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안승국 부장판사)는 11일 교통사고 현장에서 곧바로 후송되지 않아 뇌출혈로 숨진 김모씨 유족이 "경찰이 김씨를 음주운전자로 오인해 응급치료 시기를 놓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측에 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의식불명 상태에서 괴로워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는데도 현장 경찰관들은 술에 취한 것으로 보고 2시간 이상 지나 병원에 후송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유족의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같은 뇌출혈 환자의 경우, 언어장애와 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만취자와 구분하기 어려운 점, 평소 김씨가 당뇨와 고혈압 증상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4년 2월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이면도로에서 이모씨의 차량을 들이받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운전석에서 잠을 자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김씨를 순찰차량에 옮겨 태운 채 인근 지구대에서 이씨를 조사했다. 경찰은 "가해자가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이씨의 신고에 따라 김씨를 경찰서로 데려왔지만 심하게 몸부림치자 병원으로 옮겼고 김씨는 혈중 알코올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뇌출혈로 숨졌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