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26
수정2006.04.08 19:35
지난해 1월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분당 신도시 정자역 인근 신규 상가에 중개업소를 낸 신 모씨(40)는 최근 문을 닫았다.
시작할 때만 해도 중개업소를 하는 친구로부터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씩 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청년실업자 정년퇴직자 등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한 데다 거래까지 끊겨 속수무책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8일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에 따르면 8·31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전국의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신한공인의 장찬수 사장은 "가락시영아파트 주변에서만 53개 중개업소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최근 몇 달 동안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상황인데도 폐업자보다 신규 창업자가 더 많은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초 7만2952명이었던 중개업자 수는 연말 7만7715명으로 6.5%(4763명)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창업자 수가 폐업자 수보다 적은 달은 1월 한 달밖에 없었고 8·31 대책이 발표된 8월에도 창업자 수(3161명)가 폐업자 수(1814명)를 압도했다.
양소선 전부협 홍보실장은 "직장을 잡지 못한 20∼30대나 퇴직을 한 40∼50대가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중개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중개업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천안시 불당지구 집보아공인의 박종명 사장은 "경험적으로 볼 때 신규 창업자의 30% 정도는 1년 내 문을 닫는다"며 "인테리어 비용,임대료,종업원 급여 등을 감안할 때 1년 안에 폐업하면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깨진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