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26
수정2006.04.08 19:35
베트남 호찌민시 도심에서 차를 타고 남쪽 외곽지역으로 20분쯤 달리면 탁 트여 있는 광활한 부지에 자리잡은 거대한 늪지대를 만난다.
현지에서 '냐베'라고 불리는 곳이다.
GS건설은 행인조차 눈에 띄지 않는 불모지인 이곳에 11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H 프로젝트'란 초대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도시 규모는 110만평으로 서울 은평 뉴타운(105만평)을 능가한다.
올 상반기 중 공사가 시작될 이 신도시는 북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서 대만 업체가 대단위 주택단지로 건설 중인 '푸미홍'과 함께 벌써부터 '베트남판 베벌리 힐스'로 불릴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호찌민 냐베신도시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14년 동안 총 사업비 10억달러를 들여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주택 1만7000가구와 근린상가 주상복합 등 상업시설,외국인학교와 공원 등 공공시설을 4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건설한다.
늪지대와 허허벌판 뿐인 지역을 최신식 고급 주택과 초고층 오피스빌딩으로 이뤄진 복합도시로 바꾸는 대역사(大役事)다.
GS건설은 초기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분양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
현지에서 프로젝트 실무를 맡고 있는 이상기 담당(이사대우급)은 "신도시 주택 분양을 앞두고 GS건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류스타 이영애씨를 내세운 대형 광고판을 호찌민시 강변도로에 세우는 등 사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이 냐베신도시를 건설하게 된 것은 2004년 호찌민시에 도로·교량을 건설하면서 공사비 대신 냐베지역 토지사용권을 받기로 시당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GS건설은 국제공항이 위치한 떤선넛에서 빙르이와 린수완을 거쳐 호찌민 외곽순환도로까지 연결되는 14km 구간의 도로를 건설하면서 공사비 1억5000만달러 대신 110만평 냐베 토지사용권과 도심 상업용지 4000여평의 개발권을 얻었다.
GS건설은 이후 노선 및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개발용지를 더 받게 돼 △엑사이(Xi) 파크타워 △엑사이 리버사이드 팰리스1·2 △엑사이 그랜드코트 등 4개 주상복합 건설사업을 냐베신도시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GS건설이 호찌민의 알짜배기 땅을 독점했다"는 시샘 어린 얘기까지 나온다.
주상복합사업 중 엑사이 파크타워는 베트남에서 최고층인 지상 54층 높이(연면적 5만평)로 지어져 호찌민시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GS건설은 아파트 260가구(29~127평)와 상가,오피스 등이 들어서는 베트남판 '코엑스'로 조성할 계획이다.
베트남지사의 최태열 차장은 "현지 빌딩들은 대부분 첨단 통신망이 없어 급증하는 외국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외국 기업을 1차 대상으로 사무실을 분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연간 7%가 넘는 고성장을 기반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교통수단만 해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호찌민시의 경우 수년 전에는 출퇴근 시간대 자전거가 홍수를 이뤘지만 지금은 대부분 오토바이로 대체됐고 '마이카' 운전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소득이 늘면서 고급 주택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김태병 지사장은 "몇 년 전 베트남 현지인 직원 중 한 명이 월급을 한푼 두푼 모아 호찌민 외곽의 땅을 조금씩 샀는데 개발 붐을 타고 땅값이 100배나 뛴 곳이 많아 어느 날 수억원대의 부자가 됐다며 미국 유학을 떠나더라"면서 "그만큼 베트남은 한국 기업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호찌민(베트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