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8·15 통일대축전' 때 한 청년이 연세대학교에 진입하려던 통일연대 회원 등 2만여명을 1인시위로 막아냈다. 그 후 이 청년은 비운동권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돼 버렸다. 당시 연대 학생회 소속 기계전자공학부 97학번 정대원씨(29)."8·15 행사 시작 2∼3일 전 이미 2000여명의 선발대가 학내 4개 단과대학에 무단으로 진입했는데 캠퍼스 곳곳에 술병이 나뒹구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학생회가 학술 집회 등이 아닌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주최측에 수차례 문서를 통해 전달했어요. 그러나 무시당했지요. 1인시위를 해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총장님도 '학생회와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셨지요. 결국 행사는 철회되었습니다." 지난 2001년 군에서 제대해 2003년 2학기에 복학할 때까지 2년여의 시간 동안 정대원씨는 무역회사인 '맥네이션'을 직접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사업가 출신이다. 학생회 활동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정씨가 학생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비운동권'이라고 통칭되는 친구들이 운동권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비전'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참 안타까웠어요. 운동권의 경우에는 수십년간의 전통이 축적돼 투쟁 방법이라던가 행동양식이 매뉴얼화돼 있었는데 이에 대응한 비운동권만의 담론을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대원씨가 소속된 학생회는 지난달 실시된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운동권 출신 후보들과 경쟁을 벌이다가 정권 대창출(?)에 실패했다. 비운동권 출신 학생회의 지나친 개인주의 성향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은 아닐까. "요즘 20대는 '극단적인 실용주의' 성향을 보입니다. 학우들이 지금은 운동권이 나서는 게 개인적으로 더 이득이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결과일 뿐이라고 봅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