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시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슈바이바항.바다를 가로질러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웅장한 정유운반용 부두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대건설이 1단계 공사를 마치고 현재 2단계 추가공사가 진행 중인 '알 아흐마디(Al Ahmadi) 정유공장 해상터미널(New Oil Pier Project)'이다.


쿠웨이트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해상터미널은 지난 2004년 7월 1단계 공사가 끝난 이후 국내외 방문객이 줄을 잇는 '명물'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 11월 쿠웨이트를 방문했던 정부의 중동시찰단도 이곳을 둘러본 뒤 "현대건설이 뛰어난 기술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한국 건설업계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작"이라며 극찬했다는 후문이다.


◆완벽한 공사로 쿠웨이트 감동


현대건설이 이 공사를 수주한 것은 2000년 9월.외환위기로 회사가 창사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던 때다.


그러나 김진엽 현장소장을 비롯한 10여명은 미국·이라크 간 전쟁 등 갖가지 난관을 뚫고 3년10개월 만에 완벽하게 1단계 공사를 마쳤다.


이에 감동한 해상터미널 발주처측은 준공 이후 곧바로 1억3600만달러짜리 2단계 추가공사를 수의계약방식으로 맡겼다.


엄격한 공개경쟁입찰로 유명한 쿠웨이트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파격적인 일이었다.


1단계 공사는 정유업체인 알 아마디가 생산하는 LPG와 석유제품,원유 등을 선적·하역하는 부두시설을 짓는 것으로 총 공사비만 3억2900만달러(한화 3800억원)에 달했다.


이 부두는 길이가 2km로 25만t급 유조선 4대가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공사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콘크리트 파일을 박고 각종 송유관을 얹는 작업이 대부분 바다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바지선이 흔들려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날이 허다했다.


김진엽 소장은 "하지만 각종 신기술과 치밀한 공정관리로 숱한 역경 을 극복해'780만시간 무재해 기록'을 달성하는 등 탁월한 공사능력으로 발주처측을 감동시켰다"고 전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2004년부터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는 데 초석이 됐다.


김영택 쿠웨이트 지사장은 "깔끔하게 준공된 해상터미널은 지난해 쿠웨이트에서만 우리 회사에 에탄올처리시설공사(4억달러)와 변전소 공사(3850만달러) 등 무려 10억달러어치의 일감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에서도 눈부신 성과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인근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두바이는 도시가 엄청난 속도로 개발되면서 전력수요와 항만 물동량이 급증,관련 공사물량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일찍부터 수익성이 높은 전력시설공사와 항만공사,매립공사 등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권탄걸 두바이 지사장(상무급)은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지난해 두바이 수전력청이 발주한 6억9600만달러(한화 7000억원)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와 6827만달러 규모의 '자발알리 컨테이너 항만' 1단계 안벽공사를 따냈다"고 전했다.


항만 안벽공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베테랑 엔지니어 배동근 전무는 "1단계 공사를 잘 처리해 향후 있을 14억달러짜리 확장공사도 반드시 따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또 이곳에서 5469만달러 규모의 송전선로 공사를 일괄도급방식으로 맡아 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송전선 공사는 수익률이 높은 '짭짤한 사업'이지만 현장 직원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유영현 송전공사 현장소장(상무)은 "모래바람 몰아치는 사막에 수백km의 길을 내고,섭씨 40~50도의 찜통 텐트 속에서 모래밥을 씹어가며 피땀을 쏟아야하는 게 송전공사"라며 "남의 나라에 와서 돈을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권탄걸 지사장은 "이제는 매출 위주의 공사수주는 하지 않는다"며 "해외에서 묵묵히 일하는 임직원들의 노고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중동에서 오일머니를 캐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웨이트.두바이=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