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들의 잇따른 합병과 로스쿨 도입 논의, 사법개혁 등 법조계에는 어느 때보다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지난 23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율촌사무실에서 변호사 1년차인 새내기 변호사 3명을 만나 올해 법조계에서 일어난 사건과 변화의 물결을 토론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로펌(율촌)에서 일하는 강남규 변호사(30)와 기업체 사내 변호사인 김연호 변호사(SK텔레콤·29),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최창희 변호사(35) 등이 참석했다.


[ 참석자 ]


강남규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김연호 변호사

최창희 변호사 <비전법률사무소>

사회 김병일 차창 <한국경제신문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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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김병일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차장)=꿈과 희망이 많은 새내기 변호사로 생활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감은.



◆최 변호사=개업할 때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바쁘고 보람있게 보낸 한 해였다.


너무 바빠 여름휴가도 못 다녀왔지만 보람도 있었다.


특히 지난 가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 변호사로 일하다 알게 된 한 아주머니를 잊을 수 없다.


빚이 1억원이 넘어 한때 자살까지 생각한,시장에서 커피 노점상을 하는 분이다.


아주머니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얼마 전 변제계획을 인가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해 보니 사무실 책상 위에 음료수 한 병과 '변호사님,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진 작은 쪽지가 있었다.


그 아주머니가 쓴 글이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강 변호사=대형 로펌은 언론에 나올 정도의 큰 사건을 다루고 있어 많은 걸 새롭게 배웠다.


여름 휴가는 광복절을 포함해 이틀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그야말로 1년 동안 원없이 일했다.


◆김 변호사=기업체 사내 변호사로서의 1년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원래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것을 어떻게 법적으로 정리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그런데 기업에 근무하다 보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했다.


또한 법뿐만 아니라 경제와 경영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사회=해마다 변호사가 800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 변호사=무엇보다 사건수임이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일처리에 실패한 변호사는 용서할 수 있어도 수임에 실패한 변호사는 용서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어 더 그랬다.


◆강 변호사=조세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예전엔 금융 분야를 공부해 CFA(국제재무분석사) 2차시험까지 합격했다.


이 두 가지를 조화시켜 스와프예금 등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 문제를 비롯 금융 관련 조세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다.


◆김 변호사=사내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회사 내 다른 부서로부터 법률 자문을 요청받았을 때 법률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의견을 내고 나면 '당신이 사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라고 되물어온다.


사내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인 동시에 경영 마인드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전문 분야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은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갖추고자 한다.


◆사회=오는 2008년 도입되는 로스쿨과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생각은.


◆김 변호사=현행 사법시험과 연수원 제도는 단점과 함께 장점도 있다.


예비 법조인들을 한꺼번에 교육시킴으로써 사법제도의 틀과 사법 서비스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런데 로스쿨이 도입되면 로스쿨마다 교육 내용과 수준에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강 변호사=일정 시간이 흐르면 '어느 로스쿨 출신이 잘 하더라'는 식으로 로스쿨 간에 서열이 매겨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도입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던 것 같아 안타깝다.


◆최 변호사=공판중심주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검사와 변호사가 대등한 입장으로 법정에서 만나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사회=오는 2007년 법률시장이 개방될 예정이다.


내년 계획과 함께 의견을 밝혀달라.


◆강 변호사=외국어 능력이 변호사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현재 금융권에선 영어 실력이 개인 몸값의 절반을 결정한다고 한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변호사 업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즐겁게 일하면서 법률가로서 한층 더 무르익고 싶다.


◆김 변호사=굳이 시장 개방을 논하지 않더라도 변호사들에게 외국어 실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외 로펌이 공동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보면 영어 실력이 부족해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다.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도 공부하고 있는데 회사가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새해에는 중국어 공부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최 변호사=개업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국제회의 등 외국인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 매주 두 차례 시간을 내 개인 교습을 하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일반 시민과 가장 많이 접하는 법조인이 개업 변호사다.


때문에 개업 변호사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는가에 따라 국민들이 법조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