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에 반발하며 장외투쟁 을 이어가고 있는데,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폭설피해가 `장외투쟁 마이웨이' 입장에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당장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폭설피해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라며 등원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민생을 강조해왔던 박근혜(朴槿惠) 대표로서도 마냥 국회 밖에서 사학법 반대구호만 외칠 수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뉴스에서 호남지역 폭설피해가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파문을 밀어낼 정도로 전국적으로 큰 관심사안으로 떠오른 점이 한나라당에 상당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것. 이런 고민의 일단은 22일 당사에서 열린 사학법무효화 투쟁본부 대책회의 및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는 호남지역 폭설피해의 심각성을 감안, 당초 23일로 예정됐던 인천집회를 미루는 방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도 아침 일찍 당내 주요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인천집회 개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폭설피해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비록 장외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당 차원에서 모든 힘을 모아 재난에 직면한 호남지역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고, 이강두(李康斗)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이 투쟁하면서도 이런 문제에 관한 한 여야없이 동참해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은 폭설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장외에서 대규모 정치집회를 여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수 있는데다, 또 피해지역이 당이 지지율 만회를 위해 어느 지역보다 정성을 쏟아왔던 호남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폭설피해를 외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장외투쟁' 기조가 자칫 그 동안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호남의 반(反) 한나라당 정서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이 같은 고민에서 폭설피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행자위와 건교위 등 관련 상임위에 `제한적'으로라도 등원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점차 공감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폭설피해 대책마련은 국회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적극적 의지만 가지면 해결할 수 있으며, 우리당이 이를 `등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로 등원할 수는 없다는 강경론은 여전한 상황이다. 고심 끝에 인천집회를 강행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폭설피해 언급은 일절 하지않은 채 23일 열릴 노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면담과 관련, "법이 잘못됐음을 정부.여당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문제해결의 최선의 방법은 노 대통령이 날치기 사학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런 강경한 분위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23일 면담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거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당의 2월 임시국회 사학법 재개정 논의약속 등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장외투쟁 기조는 최소한 29일이나 30일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8일 대전으로 지방순회 집회가 한 바퀴 돌게되는 만큼 그 때까지는 이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