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 기득권을 겨냥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개혁' 칼끝이 기어이 국회의원을 조준하자 정치권이 긴장에 휩싸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7일 집권 자민당 간부들과 만나 중의원과 참의원의 정원을 각각 38% 가량 줄이는 등 국회개혁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중의원은 480명에서 300명으로, 참의원은 242명에서 150명 정도로 줄이는 게 좋겠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회의원 정원 감축을 행정개혁의 '완성'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일 기자회견에서도 "지방의원이 1만명 이상 감축됐다'며 국회의원도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추진배경을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역구에서 낙선한 뒤 비례대표로 부활할 수 있는 현행 선거제도에도 불만이 많았다. 국회의원 정수 감축과 함께 선거제도도 뜯어고치라고 당에 지시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국회의원 연금을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의원연금은 10년 이상 재직한 의원에게 지급되는 연금으로 재직 중 연간 130만엔을 불입하면 65세 이후 연간 410만엔을 받는다. 의원 재직연수가 1년 늘어날 때마다 약 8만엔씩 급부액이 증가하는 등 일반 연금에 비해 월등한 조건이어서 국민들로부터 특혜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지시가 알려졌지만 정치권은 일단 숨죽인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8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감축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치 스케줄에 올리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발을 뺀 것은 자칫 큰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