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지방의원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의원이라는 명예에다 최고 7000만원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경북 등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지방선거 고시'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로 인해 2002년 평균 2.5 대 1을 기록했던 지방의원 경쟁률은 각 당의 공천심사가 끝난 이후 내년에는 6 대 1 이상으로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단체장 경쟁률도 예년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지방의원 수는 모두 3597명으로,현재보다 광역의원은 3% 증가하지만 기초의원은 17% 줄어든다. 고향인 광주시에서 출마를 결심한 김모씨(42)는 "구조조정을 불안해하면서 기업을 다니느니 적잖은 연봉에다 정치적인 꿈도 이룰 수 있는 지방의원이 훨씬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방의원 인기 상한가 대기업 간부,은행 지점장,교수 등 '화이트칼라'가 지방의원 선거에 대거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의원 유급제가 처음 실시되는 데다 지방자치 활성화로 지방의원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각 정당들이 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천과정에서 참신한 전문가를 우대한다는 소식도 전문직 종사자를 끌어들이는 또다른 요인.실제 서울시의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 86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공천에서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영업자 등 소위 지역 유지와 정당인들이 점령해온 지방의회 주력 부대가 전문직으로 바뀔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화이트칼라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직업군은 대학교수.교수그룹은 지금까지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 무대를 주로 겨냥해 왔지만 최근 지방의회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전지역의 경우 4∼5명의 교수들이 단체장 또는 지방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경북지역 모 국회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선 능력 있는 교수들이 상당수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 지점장들의 출마 움직임도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 지역에서 은행 지점장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은행 지점장을 맡고 있는 박모씨는 "5년 이상 지점장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은행에서 물러날 시점도 다가오는 만큼 금융권 경험을 살려 구의원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지역 유지가 지방의회를 독점하는 현상이 사라지고 의회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도 높은 관심 여성들도 그 어느 때보다 내년 지방선거에 관심이 높다. 울산지역에서 지난 달 초 개설된 한나라당 여성정치아카데미에는 평소의 두 배 가까운 인원이 몰렸다. 기당 6주일 코스인 이 강좌의 경우 1∼3기엔 55∼65명이 신청했지만 이번 4기에는 100여명의 여성이 신청했다. 이죽련 한나라당 울산시당 팀장은 "여성 정치후보생들의 수강이 부쩍 늘었다"며 "아카데미를 수료했다고 해서 공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당과의 유대는 물론 선거 조직력 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했던 운동권 인사들도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된 뒤 무소속으로 나서는 운동권 출신이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상당수 지방선거에 뛰어들 전망이다. 대전과 충남에서는 이미 7∼8명의 보좌관이 기초단체장 또는 광역의원에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 광주시지부 윤명국 공보국장은 "과거엔 국회의원이 사실상 지방의원을 공천했지만 지금은 당내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하고 있어 유능한 정치후보생들의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말 예비후보 등록 지방의원 출마자들이 사실상 선거운동에 들어갈수 있는 시기는 내년 3월 하순으로 시·도지사보다 50일 가량 늦는 데도 벌써부터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광역단체장 입후보 예정자들은 지방선거 120일 전(내년 1월31일)에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 절차를 마치면 선거사무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고 자신이 명함을 유권자들에게 직접 배포할 수 있다. 기초단체장(시장·군수)과 기초·광역의원들의 예비후보등록일은 선거기관 개시일 60일 전(내년 3월19일) 부터다.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후보등록일(내년 5월16∼17일) 이후 허용된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이전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력을 가진 인물들의 출마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재력을 바탕으로 특정 세력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공천받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수·백창현·최성국·신경원.하인식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