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이 연쇄적으로 자살하거나 피살된다. 사체에서는 이들에 관한 살해 시기와 방법에 대한 메모가 발견되고 베테랑 여형사(신은경)와 후배 남형사(문정혁)가 수사에 나선다.


임경수 감독의 스릴러 '6월의 일기'는 추리와 드라마를 적절하게 섞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수사결과 밝혀지는 범죄의 모티프는 '왕따'다. 왕따란 집단규범을 개인에게 부적절한 방식으로 강요함으로써 인격을 짓밟는 행위다. 이것은 단순히 나쁜 짓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성원 전체를 희생시키는 집단범죄라고 영화는 주장한다.


영화속에서 피해자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가해자도 복수의 표적이 된다. 방관자도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공범이다. 최후의 살해표적이 방관자로 지목될 즈음,선생과 학부모,수사관,나아가 관객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왕따'의 가해자를 처벌하는 한국공포영화는 많았지만 방관자에게 칼을 겨눈 한국영화는 없었다.


성(性) 역할이 전도된 '터프한' 여형사와 '자상한' 남형사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환기시키는 장치다. 남형사가 선배 여형사의 뒤치닥꺼리를 하는 모습은 '방관'에 대한 반면교사가 된다.


여형사는 일에 몰두하느라 함께 사는 조카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남형사는 일보다 사생활을 중시하지만 여형사 조카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 범인도 두 형사처럼 양면성을 지녔다. 흠집 많은 인간들에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범인은 짙은 화장을 한 모습이나 한쪽 조명으로 처리돼 섬뜩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기 전의 회상신에서는 한결 여유롭고 아름답다. 2분간의 롱테이크(오래찍기)로 처리된 종반부에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가 잘 표현돼 있다. 집단학대를 목격하는 순간 범인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경악과 슬픔,분노와 복수심 등이 뒤엉키게 된다.


그러나 추리과정이 약화되고 드라마에 의존한 후반부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범인과 형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위험에 노출된 희생자의 관점이 약화된 탓이다.


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