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 중국어선 불법 조업을 24시간 철통 감시하고 나포 작전을 총 지휘하는 대형 경비정에서 달콤한 색소폰을 연주하는 여경(女警)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비정 금녀(禁女)의 벽을 깬 목포해양경찰서 3003함정 소속 김세화(金世和.27) 순경.

김 순경은 한 번 출동하면 7-8일간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중국어선 및 거친 바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느라 파김치가 된 직원들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보배다.


그녀도 맡은 임무를 처리하느라 지치고 힘들지만 직원들이 부탁하면 분신같은 색소폰을 꺼내들고 감미로운 연주를 시작한다.


별빛이 쏟아지는 대형 함정 갑판 위에서 3-4명의 직원이 보는 앞에서 즉석 '작은 음악회'를 열고 일을 끝낸 뒤 본인의 연주장(?)인 헬기 착륙장에서 나 홀로 연주를 하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린다.


그녀가 남성 악기로 알려진 색소폰을 잡게 된 것은 아버지 김창섭(69.해남군 송지면)씨의 적극적인 권유때문.


아버지는 넷째딸(세화)이 1997년 목포해양대학교에 합격하자 악기 하나쯤 다루는 것이 좋겠다며 손을 이끌고 광주의 한 악기점으로 가서 색소폰을 산 뒤 딸을 음악학원에 등록시켰다.


김 순경은 27일 "플루트 같은 여성스러운 악기를 배우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 색소폰을 잡게됐고 방학 때 등을 이용, 집중 레슨을 받았다"면서 "음계를 익힌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3년10월 특채로 해경에 들어 오기 이전 잠깐 근무했던 해운회사 때 있었던 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대북사업이 활발할 당시 3등 항해사로 쌀을 싣고 북한에 갔을 때 남, 북 적십자사 관계자와 북한 당 간부 등 20여명 앞에서 '사랑의 미로' 등 3곡을 연주했는데 박수갈채를 받았다"면서 "그 때 색소폰을 배우길 정말 잘했고 보람 있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딸만 다섯인 집안에서 넷째딸로 태어난 김 순경은 그 동안 대학 동아리축제, 해남 미황사 작은음악회 등에 참석,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현재 3003 함정 조타실에서 레이더 상에 나타난 중국선박의 위치보고 등 항해 보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마이 웨이'를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 순경은 다음 달 15일 목포해경 신청사 개청식 때 색소폰을 들고 축하 연주를 할 예정이다.


(목포=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chog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