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문 베이징대에 위치한 잉제(英傑,영웅 호걸)교류센터.지난 21일 오후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의 사진과 그의 강연을 알리는 플래카드 아래 인파들이 넘쳐 흘렀다. 강연 시작 30분 전이었지만 베이징대 뿐 아니라 칭화대 등 인근 대학생들이 앞다퉈 입장을 하느라 매우 혼잡스러웠다. 팝 스타의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1층 강연장은 서서 듣는 학생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었고, 삼성측 임원 일부는 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서 있어야 했다. 1000여명에 달하는 관중 앞에 선 황 사장은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애플의 아이팟,캐논의 카메라 등 세계 일류기업 제품에 삼성의 반도체가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 후반부 베이징대 출신 삼성 직원 3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베이징대 후배들에게 삼성 입사를 추천했다. 황 사장은 강연에 앞서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베이징대 강연은 엄청난 인력 풀을 갖고 있는 중국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의 고민은 이공계 기피 탓에 한국서는 천재급은 물론 필요한 인력 구하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젊은이들의 미래에 스타급 기업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황 사장을 수행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얼마 전 부산에 내려간 황 사장이 치과의사인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의 두 딸이 황 사장 때문에 공대를 다닌다는 얘기를 직접 듣고는 흐뭇해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황 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삼성의 반도체 신화 주역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황 사장 본인도 이날 "대학 시절 인텔의 창업자 앤디 그로브의 책을 7번 읽으며 반도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하고 진로를 결정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황 사장의 베이징대 강연은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공계 살리기가 화두다. 이공계 출신의 스타 기업인이 더 많이 나오고 사회가 이를 북돋워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면 구호에 그치지 않는 이공계 살리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