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았어요. 다들 결과를 기다리다 붙었을때 다행이라고 생각하듯이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20대 한인이 자폐증을 딛고 법대를 거쳐 처음 도전한 변호사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해 주위를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퍼시픽 펠리세이즈에 살고 있는 조원영(58)-미라(49)씨 부부의 아들인 조영식(27)씨. 1978년 태어난 조씨는 돌을 막 지나면서 B.C.G 접종 부작용으로 왼쪽 겨드랑이 부위를 크게 도려내면서 두달간 입원했고 뒤이어 덮쳐온 결핵과 약 5년간 투병하는 사이 사람들을 기피하게 됐다. 폐쇄적인 성향은 늘 울고 다녔던 초등학교 6학년까지 나아질 줄 몰랐으나 아버지 조원영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카운슬러로 등,하교를 같이 하는 등 세탁소를 아내에게 맡기고 아들의 곁을 지켰다. 조원영씨는 자폐증세가 있는 아들을 돌보면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게 됐고 비슷한 상황에 놓였거나 마약 등으로 골치를 앓는 부모들에게 상담해주는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마침내 조씨는 뉴욕 유니언대학을 졸업한뒤 2003년 새크라멘토에 있는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법대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안면근육 마비 증세가 오면서 학교에서는 수학 중단을 권유했지만 조원영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새크라멘토로 달려가 아들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도왔다. 하루 4시간 수면을 취하는 강행군 끝에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조영식씨는 "남들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했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새크라멘토에서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으니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아버지를 본받아 나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내가 변호사에 합격했다고 해서 특별히 남들과 달리 취급받아야 할 까닭은 없다"면서 "다만 그동안 친구를 사귀지 못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사귀는게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조씨 집에서는 영식씨의 여동생 경식씨(UC버클리 법대 졸업)가 법대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연방법원 서기에 합격해 기쁨이 두배가 됐다. 지난 19일 발표된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 합격자 가운데 한인은 약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