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에는 공직자와 지자체의 나태함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0월 이후 세번째로 발생한 AI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베트남의 판 반 카이 총리가 보건당국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구태의연한 자세에 직격탄을 날렸다. 베트남공산당 기관지인 일간신문 '년전'(인민)은 21일 지난 19일 AI 관련 정부관계부처 회의에서 카이 총리가 AI 확산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데는 보건당국과 일부 지자체들의 안이함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카이 총리는 이 회의에서 "AI를 제때 막지 못하면 전국적인 재앙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뒤, "일부 지자체의 경우 AI와의 전쟁에서 여전히 나태함과 비효율성을 보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사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안이한 자세를 좌시할 수없다며 문제 지역 관련공직자들에 대한 문책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쩐 티 쭝 치엔 베트남 보건장관이 20일 베트남을 방문 중인 자비에르 베르트랑 프랑스 보건장관과의 면담에서 "국민들에게 가금류를 올바르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치엔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고질적인 식생활 습관과 가금류 유통과 관련해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베트남에서 최근 발생한 AI 사태와 관련해 베트남정부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국영 베트남통신(VNA)은 농촌개발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초부터 재발한 AI는 20일 현재 전국 64개 시.도 가운데 17개로 늘어났으며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중국과 접경한 홍강 유역에서 빠르게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2003년 10월 이후 AI로 지금까지 모두 4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발생지역의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한편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도시들에서의 가금류 사육과 도살 등을 전면 금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