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을 따라 부산을 찾은 각국의 퍼스트 레이디들도 18일 '내조 외교'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홍콩 인도네시아 멕시코 페루 대만 베트남 등 11개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참석했다.



○…퍼스트 레이디들의 일정은 한국의 멋과 맛,문화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각국 정상 배우자는 이날 오전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자리잡은 고찰(古刹) 범어사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일주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정상 부인들은 범어사 주지스님의 안내로 대웅전 천왕문 불이문 3층 석탑 등 경내를 둘러보며 한국의 불교 문화와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대웅전 앞에서 녹차의 일종으로 김해에서만 생산되는 장군차와 연꽃으로 우려낸 연차 등 전통차를 시음했으며,바라춤과 달마도 시연을 관람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권양숙 여사는 이날 낮 제2차 정상회의가 열리는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각국 정상의 배우자들을 위한 공식 환영오찬을 열었다.


오찬에는 미국의 로라 부시 여사 등 10개국의 퍼스트 레이디를 비롯 APEC 회원국 대사 부인,국내 주요 여성 인사 등 50여명이 초청됐다.


이들은 한국 고유의 궁중요리와 함께 한국 전통무용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권 여사는 "창밖에 펼쳐진 누리마루 앞바다는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태평양의 시작"이라며 "이번 부산 APEC도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이날 오전 부산 시립도서관을 방문,가덕도의 소양보육원생과 미군부대인 캠프 하얄리아 장병 자녀들에게 20여분간 그림책을 읽어주며 '독서 대화'를 나눴다.


"웃을 때 영어로는 '하하'라고 하고 아랍권에서는 '케케케'라고 한답니다.


한국말로는 뭐라고 하지요?"라는 부시 여사 물음에 어린이들은 "하하하라고 해요"라고 답했다.


부시 여사가 다시 "히히히는 아니고요?"라고 농담을 던지자 어린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등 이날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부산=이심기·김용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