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을 방문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4일 가자지구 라파검문소 관리 문제를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협상타결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 방문 일정을 늦췄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당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거쳐 이날 오후 호텔테러를 겪은 요르단을 위로방문한 뒤 곧바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부산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라파검문소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라이스 장관은 요르단을 방문한 뒤 라파검문소 협상타결을 압박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AFP통신에 라이스 장관은 "적어도 하루 밤을 더 예루살렘에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라이스 장관이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관리들을 추가로 만날 가능성을 질문에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라이스 장관은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은 15일 부산으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가 돼온 라파검문소는 이스라엘이 지난 9월 가자정착촌을 모두 철수한 후에도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은 곳이다. 이스라엘은 외부 테러세력과 무기류 유입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시로 라파검문소를 폐쇄해 가자지구를 고립된 섬으로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라파검문소 처리방안으로 유럽연합(EU)의 감시 하에 팔레스타인과 이집트가 공동관리하는 문제를 협의중이지만 검문소 내 이스라엘 측 감시카메라 설치 같은 또다른 쟁점이 돌출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EU가 통행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검문소에 대한 직접 통제는 당사국들이 맡고 EU는 조언만 하는 옵서버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후 중동지역을 4번째 방문한 라이스 장관은 이날 샤론 총리와 압바스 수반을 차례로 만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라파검문소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압바스 수반을 만난 뒤 라파검문소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혀 협상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지만 지금까지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중동 평화를 중재해 온 미국은 라이스 장관의 중동 방문에 대한 가시적인 "선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라파검문소 협상을 타결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