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선수를 배출한 수원 안용중학교,수원공고,명지대 등이 박 선수를 키운 대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으로부터 수천만원씩을 받게 됐다. 1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단측은 이번 주중 박지성 선수가 다녔던 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 등에 학교당 4700만~9100만원가량을 지급한다. 박 선수를 키워낸 이들 모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최초의 한국 선수를 배출했다는 '명예'에 '거금'까지 보너스로 받게 된 셈이다. 이는 2001년 7월 신설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른 것으로 구단은 다른 구단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그 선수를 키워준 클럽이나 학교 측에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 그동안 클럽이나 학교가 훈련 교육 등에 쏟아부은 투자금을 보상해줘 학교측의 선수 육성의지를 북돋워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내 학교가 FIFA 규정에 따라 해외 구단으로부터 보상금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단 옮길 때마다 모교는 대박 '연대기여금'(Solidarity Mechanism)으로 불리는 이 돈의 액수는 이적료의 5%에 해당한다. 맨체스터 구단은 박 선수를 PSV에인트호벤에서 데려오면서 71억원의 이적료 지급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71억원 중 5%(3억5500만원)는 맨체스터가 연대기여금조로 박 선수의 모교와 이전 소속인 일본 교토 퍼플상가 등에 지급해야 한다. 기여금 액수는 선수가 만 12세부터 23세까지 거쳐 간 클럽이나 학교의 소속(재학) 기간 및 연령에 따라 결정된다. 박 선수는 안용중(3년)과 수원공고(3년),명지대학교(1년6개월) 일본 교토퍼플상가(2년) 등을 거쳤다. 연령에 따른 가중치(12~14세 5%,15~23세 10%)를 감안,계산한 결과 안용중은 4만5000유로(약 5483만4300원),수원공고가 7만5000유로(약 9139만500원),명지대가 3만8970유로(약 4748만6503원)를 각각 받는다. FIFA 규정은 자유계약선수(FA)로 신분이 바뀌기 전까지 계속 선수를 따라다닌다. 따라서 이들 모교는 앞으로 박 선수가 구단을 이적할 때마다 새 구단에 기여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FIFA 전문가 육성 시급하다" 이들 학교를 대리해 맨체스터측으로부터 기여금을 받아낸 박영욱 변호사는 "앞으로도 국내 축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박지성 선수 케이스는 국내 축구선수 육성 및 축구 발전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FIFA 규정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축구 관계자 중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가 위임장을 받기 위해 처음 박 선수의 모교를 찾았을 때도 학교측은 영문을 몰라 "그런 게 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3개월 만에 맨체스터로부터 지급 약속을 받아내자 "한 해 축구부 운영예산이 절로 굴러들어오게 됐다"며 크게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국내 프로축구단 역시 FIFA 규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외국 선수를 데려오거나 국내 선수들을 스카우트할 때 이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그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구단과 이들이 영입한 외국 선수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할권은 국내 법원이 아니라 FIFA에 있는 만큼 관련 프로스포츠 전문가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