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너무 진하지 않아?"


"그냥 검은색 정장으로 입고 올 걸 그랬나?"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항공승무원 교육 전문 학원 에어라인뉴스센터(ANC). 카타르항공의 채용시험 1차면접이 진행되는 날이다.


면접장 바로 바깥에선 면접을 앞둔 ANC 수강생들의 최종 점검이 한창이다.


영어 인터뷰에 대비해 예상 질문에 맞춰 준비해 온 답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거울 앞에 서서 메이크업과 옷매무새도 한번 더 살핀다.


지난 1989년 국내 최초의 승무원 양성학원으로 설립된 ANC는 카타르항공의 한국인 승무원 채용을 대행하고 있으며 카타르항공은 이번 채용에서도 5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ANC가 채용을 대행하고 있는 항공사는 모두 6곳. 덕분에 ANC 수강생 중 국내외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취업하는 인원은 매년 300명이 넘는다.


특히 카타르항공의 한국인 승무원들은 전원이 ANC 출신이다.


수강생들은 채용시험에 앞서 3개월간 영어 인터뷰, 한국어 인터뷰, 매너, 화장법, 항공영어 등 항공승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교육받는다.


이 학원의 강사들 또한 모두 국내외 항공사에서 5년 이상 근무했던 승무원 출신들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적임자들이다.


수강생들은 또 학원 수업이 끝나면 5~6명씩 조를 짜 그룹 스터디를 하고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비스 직종에서의 경험을 쌓는다.


그러나 막상 면접에 나서자 긴장 속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면 말해 보세요." 면접관의 질문이 날아든다.


잠시 머뭇거리던 응시자가 내놓은 답은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잠시 굳은 표정을 짓던 면접관이 "다음 분께 질문하겠습니다" 하며 넘어가 버리자 응시자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진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수강생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주지은씨(23)는 "하루종일 미소를 짓고 있어서 얼굴에 경련이 날 지경인데 막상 면접관들에게 어떤 인상으로 비쳐졌을지 궁금하다"며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못한다.


심미경씨(26)는 "몇번 떨어져 보기도 해야 겸손해진다"면서도 "이제 그만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든 과정이지만 항공승무원은 매력적인 여성직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지애씨(24)는 "특히 외국 항공사는 선후배 문화도 덜 엄격하고 결혼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식 ANC 대표이사는 "매년 한국에서 항공승무원이 되는 사람이 1000명인데 이만큼 여성들에게 문을 넓게 열어놓고 있는 직종이 또 있느냐"며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것을 권했다.


글=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