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충국씨 사건을 계기로 부실한 군 의료체계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군 병원을 찾았던 장병들만 체험할 수 있었던 군 의료체계의 허점이 국방부 합동조사를 통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국방부는 노씨에 대한 진료조치가 적정했는 지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열악한 군 진료여건과 사병들이 고참이나 지휘관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진료요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파악했다. 이처럼 병사들의 의료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개인의 생명뿐 아니라 전투력 유지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방부 최홍숙 감사기획과장은 "병사들이 주위의 눈치를 보거나 교육훈련 등으로 적극적인 진료요청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질병이 의심되더라도 선임병이나 지휘관들에게 '꾀병 환자'로 낙인될 것이 두려워 적극 군 병원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군의무사령부가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자료에 의하면 군 병원에 입원한 사병 수는 2003년 3만5천725명, 2004년 3만4천857명에 이어 올들어서는 6월까지 1만6천118명에 이른다. 수치만을 놓고 보면 입원한 사병 수가 매년 감소 추세로, 바람직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전역한 예비역들은 진료를 받으려고 군 병원을 방문하면 훈련을 기피할 목적으로 '꾀병'을 부린다는 의심을 받곤 한다고 주장한다. 의심받기 싫어 아예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경험이 부족한 단기 군의관들이 주로 진료를 맡음으로써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군의관들은 3년 의무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군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의' 정원은 310명인데 전문의에 해당하는 영관급은 71명, 전문의를 신청한 대위는 20명에 불과해 220명 가량이 부족한 셈이다. 때문에 군의관은 전방사단에 5~6명, 연대급 부대에 1명(전문의), 대대급 부대에 1명(일반의)만 근무하는 등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전역자가 많기 때문에 질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전담군의관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노충국씨의 진료를 맡은 군의관 이모 대위는 국군광주병원에 부임한 지 3일만에 중증환자인 노씨를 진료했다. 일부 일선 군 병원의 경우, 의료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2의 노충국'으로 불리는 오주현씨도 입대 후 5개월만에 설사, 복통, 속쓰림, 복부불편감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으나 소속 부대 의무대에서는 위장약을 처방했다. 당시 부대에는 내시경과 초음파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고 상급 부대로 외진할 수 있는 여건도 보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후방 19개 군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장비는 MRI가 7대, CT 10대, 수술용 X 선기 18대, 위내시경 17대 등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군은 2010년까지 이들 장비를 각각 3대와 8대, 2대, 5대 추가 구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상헌 기자 threek@yna.co.kr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