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가 최근 들어 재건축사업 수주 여건이 악화되자 재개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재개발 수주전이 하반기 들어 수도권과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재건축 수주 전문 인력을 발빠르게 재개발 쪽으로 돌리고 있다.


이처럼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재건축 수주가 소외받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 이유보다 심각한 내막은 최근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조합원과의 갈등이 더 큰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조합원 간 갈등에 업체들 '골머리'


건설사들은 수주 사업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조합원과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 추진 자체가 힘들어지는 곳이 나올 정도다.


수원 지역의 경우 최근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관리 처분을 앞둔 상당수 단지들에서 시공사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천천주공은 이미 사업 참여 당시 제안한 무상 지분율을 보장하라며 시공사를 기존 현대산업개발에서 대우건설로 최근 전격 교체했다.


권선주공 1,3차(시공사 대림산업 GS건설)의 경우 기존 조합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시공사 재선정 입찰이 두 번씩이나 실시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인계주공 역시 비대위가 결성되는 갈등 속에 오는 20일 관리처분 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 같은 갈등의 핵심은 3~4년 전 시공사 선정 때는 없던 각종 규제가 새롭게 생기면서 늘어난 추가 부담금을 누가 부담하느냐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과 분쟁이 생기면 사업이 지연돼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들은 메리트가 떨어진 재건축 대신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재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로 사업성 크게 떨어져


재건축 사업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2003년 정부의 '10·29 대책' 이후 크고 작은 규제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기부채납,개발이익환수제(임대주택 의무 건립),소형평형 의무비율,기반시설부담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재건축이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히면서 수주 의욕마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전처럼 수주 물량을 쌓아 놓겠다는 대형 건설사는 거의 없다"며 "현재 수주한 사업장 관리에만 힘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재건축 입주권(지분)도 주택으로 간주해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면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걸림돌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