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들의 '연말 스퍼트'가 시작됐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Ende gut Alles gut)'는 독일 속담도 있듯이 한 해의 끝을 잘 마무리해야 내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략에서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의 주요 그룹들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3분기까지 거둬들인 만족스런 실적에 흐뭇해하며 4분기와 이듬해 1분기를 놓고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계수관리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매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실적으로 경영평가를 받는 삼성 계열사들의 경우 지난해 12월은 '전략적으로' 쉬어가는 달이었다.


유행이 지난 재고상품을 연말에 처리하면서 주력 신제품 출시는 이듬해 초로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지난해와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유례 없는 유가폭등으로 제조원가가 상승하면서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연평균 100원 이상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켰다.


3분기까지 6조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전자는 환율하락에 따른 기대이익 손실이 무려 3조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LG전자 역시 저환율 탓에 무척 고전했고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화학 등도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으로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두툼했던 연말 성과급이나 보너스 봉투도 상대적으로 얇아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들은 더 이상 외부 변수에 휘둘릴 수는 없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유가나 환율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할 수 없지만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경영환경과 악조건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하고 영업력을 극대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올 한해 농사를 망쳤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연말까지 '실적 드라이브'에 총력을 경주함으로써 내년의 재도약과 비상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당장 삼성부터 '12월의 실적부진'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새해를 겨냥한 전략적 마케팅 구상은 그대로 하되 고의적인 판매 이월은 물론 연말 연시를 맞아 느슨한 분위기를 보이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관리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그룹의 지침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아예 11,12월 예상실적과 목표실적을 별도로 보고하도록 계열사에 지시해놓은 상태다.


LG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4분기 실적보다 새해 경영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며 "비록 올 한해 전체의 목표 달성에는 실패할지 몰라도 분기별 목표는 반드시 채운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올 들어 유가상승 외에 아시아나항공 파업과 금호산업의 법인세 추납액 발생 등으로 예기치 못한 손실을 겪은 금호아시아나의 4분기 각오 역시 남다르다.


3분기까지의 실적부진을 상당부분 만회해야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명실상부하게 재도약을 자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그룹 역시 최근 감자(자본금 축소)를 발표한 동부아남반도체를 한시라도 빨리 정상화시킨다는 판단 아래 부가가치가 높은 주문을 따내기 위해 맹렬하게 뛰고 있다.


금융-건설 계열사들이 호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조원이 투입된 반도체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 그룹 전반의 신인도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또 연말에 가동률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이르면 내년 하반기중에 분기 단위의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삼성 LG 등과 달리 달리 오히려 고유가의 혜택을 입은 SK㈜는 목표 초과달성을 위해 연말 일손이 바빠진 케이스다.


SK㈜는 당초 올해 매출목표를 17조원으로 책정했으나 지난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매출인 5조7549억원을 달성하면서 올해 전체 목표를 20조원으로 상향조정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많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엔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올해 충분히 벌어놓자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미국시장 점유율 목표인 3%를 연말까지 달성하기 위해 수출 확대와 함께 현지 생산성 향상에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특히 쏘나타 외에 내년 상반기에 싼타페를 추가로 양산할 예정인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중심으로 개발-생산-마케팅-판매-AS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완벽하게 현지화하는 데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 최고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포스코도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연구하는 사내 온라인 학습동아리 '도요타 경영연구회'까지 발족시켜 원가절감과 각종 혁신 방안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