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두산 비자금 의혹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4일 그룹 경영에서 전격 물러나 검찰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 회장 형제의 동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사퇴한다고 있었던 일을 없는 일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원칙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입장만 강조한 채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동반 사퇴가 (사법처리 방향과 관련해) 고려 대상이 안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구속할 게 불구속이 되고 불구속할 게 구속되는 식으로 결론이 달라지는 일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 진행했던 수사의 결과물을 보고 사법처리 수위를 판단할 것이며 총수 일가 사퇴 등 외부 상황 때문에 결론을 다르게 내릴 수는 없다는 점을 일단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강조한 이 원칙이 끝까지 지켜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그동안 검찰 브리핑 내용 등을 근거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론할 뿐이다. 검찰은 두산그룹 수사가 종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형제를 모두 구속하는 수사는 없다"며 박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박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핵심 인물 중 1명에게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도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를 결정하지 못해 전원 불구속 수사 가능성도 검찰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을 맡고 있어 검찰로서도 사법 처리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불구속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 부회장만 구속 수사하면 핵심을 비켜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최대 고민인 것으로 관측된다. 박 회장 형제의 동반 사퇴는 이런 검찰의 `딜레마'를 해소해 준 것으로 해석된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질 테니 이를 감안해 사법처리시 선처해달라는 메시지를 검찰에 던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깜짝 사퇴로 검찰이 어느 정도 명분을 확보한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관련자들을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ㆍ재계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사건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때 쯤이면 관련자들이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조건으로 선처를 호소해 신병 처리나 구형시 정상이 참작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두산그룹 수사는 박용오, 용성, 용만 형제가 모두 퇴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사법처리 결과만 남겨놓게 된 셈이어서 조만간 이뤄질 검찰의 조치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