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협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keykim@kitech.re.kr > 며칠 전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통닭 배달을 하고 있다는 한 기능인의 기사를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 가세가 기울면서 실업계 고교에 진학했던 그는 '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선생님의 권유에 기능반을 자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손가락에 옹이가 박히도록 기술을 익혀 2001년 몬트리올 기능올림픽에서 염원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취업이 안 돼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통닭 배달을 하느라 세계 일등 기술을 썩히고 있는 형편이다. 60,70년대만 해도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대대적인 카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대중 동원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때의 카퍼레이드에는 개인의 영광까지 국가의 영예로 간주해 사회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만큼 기술인들이 대우받던 시절이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축제처럼 펼쳐지던 카퍼레이드의 풍경이 지금 기억에도 생생하다. 울긋불긋한 제복의 고적대가 여는 길을 따라 그날의 주인공을 태운 오픈카가 모습을 드러내면, 하늘에선 꽃가루가 분분하고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선수들의 가슴에서 빛나던 것은 비단 메달만이 아니었다. 기술입국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충족감, 스스로 산업발전의 주역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눈부셨다. 정부가 내렸던 상금의 규모가 당시 집 한 채 값이었던 것만 봐도 기술인들에게 걸었던 국민적 기대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제 카퍼레이드는 사라졌다. 관계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기능올림픽이 열렸던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축제는 끝났고, 그와 더불어 산업현장에서 솜씨 있는 젊은 기술자들도 덩달아 사라졌다. 누구를 따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말도 있듯, 대다수 국민들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 60,70년대나 지금이나 제조기술이 우리 경제의 기본 동력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기술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자꾸 줄어들고만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전 국민적 관심을 끈 가장 최근의 카퍼레이드는 2002년 월드컵 때 벌어졌다. 당시 시민들은 4강 신화의 주역들을 보기 위해 지하철 역사의 지붕에까지 올라가 열렬히 환호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만이 아니라 산업4강을 이뤄야 할 때고, 그를 위해서라도 유능한 기술인들이 제조업 현장에서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모두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