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발표 두 달을 맞아 부자들은 달라진 재테크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31일 주요 은행 PB센터에 따르면 펀드를 제외한 은행 예금 1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각종 규제가 강화된 부동산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금융상품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 내에서는 아파트와 토지를 연내 처분하는 대신 규제가 없는 상가에 투자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은행 PB센터마다 상가 매물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자산가는 은행 예금이 1억원이면 통상 다섯 배인 5억원 정도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달라지고 있는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 전략을 정리해 본다.




◆아파트는 '일단 팔고 보자'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특히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연내 아파트를 매각하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주택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인응 우리은행 포스코센터 PB팀장은 "8·31 대책 이후 아파트 매도 문의는 부쩍 늘어난 반면 사겠다는 고객은 한 사람도 없다"면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매물로 내놓아도 실제 매각이 이뤄진 사례는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로 내놓는 아파트 중에는 강남권 중·대형 평형이나 재건축 아파트가 많다.


매도 심리가 강하지만 가격을 많이 낮추지는 않는 분위기다.


PB센터들은 강남권 아파트 매물이 점차 늘고 있는 데다 신규 입주 아파트도 많기 때문에 가격을 다소 낮추더라도 서둘러 팔 것을 권하고 있다.



◆토지에 대한 관심은 적어


일선 프라이빗 뱅커들은 고액 고객들이 토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땅에 대한 규제 강도가 아파트보다 훨씬 세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급매물은 적다.


기존에 사뒀던 땅을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장기투자 목적으로 땅을 사놓은 고객들이 많아 서둘러 매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 여부를 지켜본 다음 가격을 낮출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고객이 상당수라고 PB들은 설명했다.


김성엽 하나은행 분당백궁 지점장은 "요즘엔 땅 매입을 문의하거나 이를 위해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토지 시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 피한 상가가 '대안'


PB 고객들은 부동산 투자의 경우 8·31 대책에서 규제를 피한 상가를 유력한 대체투자 대안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PB센터마다 적당한 상가 매물을 찾아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와 땅을 팔고 상가 쪽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상당하다고 은행 프라이빗 뱅커들은 전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특히 역세권 근린상가 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실제 상가를 계약하는 고객들도 꽤 있다"며 "부동산에선 상가를 유일한 투자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