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실시된 폴란드 대통령선거 결선투 표에서 부패 근절과 사회보장 확충 등을 공약으로 내 건 우파 정당의 레흐 카친스키 후보가 승리했다.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91%를 개표한 결과, 법과 정의(PiS)당의 카친스키 후보가 55.5%를 득표해 44.5%를 얻은 시민강령(PO)의 도널드 투스크 후보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2명의 후보가 출마한 폴란드 대선 1차 투표에서 투스크 후보는 36.3%를 득표해 33.1%를 얻은 카친스키 후보를 앞섰었다. 폴란드 대통령선거 사상 1차 투표 결과가 결선 투표에서 극적으로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친스키 후보가 막판 역전에 성공한 것은 실업자, 연금생활자, 농민 등 소외 계층이 그의 사회보장 확충 공약에 지지를 보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친기업적인 우파 정당 시민강령을 이끌고 있는 투스크는 대선 투표일 수개월 전부터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카친스키 후보를 크게 앞서 왔으나 막상 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지난달 25일 총선에서 법과 정의가 제1당이 된 이후 지지율 차이가 좁혀 지더니 결국 실제 투표에서 패배한 것이다. 폴란드 경제회생의 적임자로 꼽혀온 투스크 후보가 패배한 것은 그의 시장지향 적인 경제개혁 정책에 대해 소외계층이 불안감을 느껴 막판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투스크 후보는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바르샤바공대 본관에 차려진 선거 상황실에 나와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행한 연설에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카친스키 후보는 법과 정의당 상황실이 차려진 인민문화궁전에서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승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번 대선 결과가 나옴에 따라 4주 전에 실시된 총선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연정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법과 정의당은 대통령과 총리를 모두 배출하게됨에 따라 더욱 유리한 입장에서 연정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카친스키는 연설에서 "연정협상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시민강령의 투스크 후보와 접촉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자였던 투스크 후보에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명예직인 국회의장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아직 확답을 못받고 있다. 이와 관련, 카지미에르즈 마르친키에비츠 총리 내정자는 "연정협상은 다음 주말까지 마무리돼야 한다"고 못박았지만 낙관하지는 않고 있다. 이번 결선투표의 투표율은 50%를 약간 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9일 실 시된 1차 투표의 투표율은 49.7%를 기록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24일 오후(현지시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바르샤바=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