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ㆍAIDS)에 걸렸더라도 대한적십자사가 헌혈 과정에서의 문진 등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신수길 부장판사)는 뇌수술 과정에서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홍모(19)씨와 그 부모가 대한적십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재의 의학수준과 혈액공급의 필요성 측면에서 볼 때 항체 미형성기에 있는 헌혈혈액 검사를 완벽히 실시한다고 해도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한적십자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대한적십자사는 동성애자 등 에이즈 감염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의 헌혈을 배제하기 위해 조사, 설명, 문진 등을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2002년 5월 술에 취해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다 아파트 9층에서 주차장으로 떨어져 뇌수술을 받았으며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지자 2003년 9월 대한적십자사를 상대로 1억9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한편 대법원은 1998년 2월 문진과정 없이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을 헌혈받은 적십자사와 에이즈 감염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고 환자에게 수혈을 한 병원측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