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6기 5중전회에서 인사조정보다는 11.5 계획을 통해 자신의 당 장악력을 다지는 기회로 삼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외신들은 16기 5중전회의 폐막과 함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섭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으나 아무런 인사조정 내역도 발표되지 않았다. 이는 장 전 주석의 정치력이 아직도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후 주석과 장 전 주석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거 중전회 이후 단행되는 인사가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 넘어 발표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런 추측은 성급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장 전 주석의 상하이방(上海幇)이 후 주석에게 맞설만한 위치를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후 주석이 서두르기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정치 스타일을 보여온 탓에 이번은 장 전 주석과 맞설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후 주석은 장 전 주석의 핵심참모인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 서기를 밀어내고 자기 측근인 공청단(共靑團) 출신 류옌둥(劉延東) 당 중앙통일전선부장을 그 자리에 앉히고 공청단 출신 리커창(李克强)을 중앙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하는 동시에 당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으로 발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이 같은 인사를 둘러싼 권력투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11.5 계획에 자신의 통치철학과 이념을 반영하는데 주력, 이에 성공함으로써 당 장악력을 높였다. 후 주석이 새로운 발전목표로 분배와 균형 성장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조화사회 건설'을 내걸고 이를 위해 과학적 발전관과 이인위본(以人爲本)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11.5 계획은 이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후 주석은 인사 잡음으로 관심과 시선을 분산시키기보다 11.5 계획에 전념, 당 중앙위원들의 절대적인 찬성으로 이를 통과시킴으로써 자신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특히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결단력과 판단력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던 당과 군의 핵심 인사들도 이번 회의를 계기로 서서히 후 주석에게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5 계획이 제시한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한데 이번 전체회의를 통해 후 주석이 당내 지지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