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을 넘어야 우승 반지가 보인다" 15일 개막하는 두산과 삼성의 2005 한국시리즈는 양팀 간판 선수들의 투타 라이벌 대결의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벌 싸움의 선봉은 의문의 여지 없이 마운드에서는 배영수(삼성)-박명환(두산), 방망이에서는 심정수(삼성)-김동주(두산). 국내 완투형 투수의 계보를 잇는 박명환과 배영수는 작년 막판까지 방어율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올 시즌 전반에도 투수 '빅3'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라이벌. 둘 다 올 시즌 후반기엔 부상으로 주춤한 바 있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심정수와 김동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우타자. 비록 심정수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프로로 뛰어들긴 했지만 둘은 94학번 동기에 3년간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으로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이. 자유계약선수(FA) 최고의 대박을 터뜨리며 삼성으로 이적한 심정수는 몸값에 못미치는 활약으로 마음고생을 했고, 김동주 역시 부상에 발목을 잡혀 후반기 대부분을 날린 바 있어 한국시리즈에서 불뿜는 거포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배영수 대 박명환 = 배영수는 작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0이닝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스타로 떠오른 선수. 작년에 이어 이번 시리즈에서도 1차전 선발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최고 용병 다니엘 리오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9월에는 단 1승도 없이 3연패에 빠지는 등 후반 난조를 보였지만 '사부' 선동열 감독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고 시리즈에 나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작년 1차전에서는 마이크 피어리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전을 안았지만 이번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각오. 원래 후반기면 페이스가 떨어지곤 하는 박명환은 올해는 부상까지 겹쳐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때까지 재활에 몰두하다 한국시리즈에 와서야 팀에 합류하게 됐다. 두산이 정규리그 후반 박빙의 순위 싸움을 벌일 때 전혀 힘이 되지 못했기에 이번에야 말로 부채를 갚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 비록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지만 김경문 감독은 박명환이 비록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하겠지만 선발 마운드에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위협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정수 대 김동주 = 올해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선수가 심정수다. 최고 액수에 삼성으로 옮겼지만 정규리그에서 타율 0.275, 87타점, 28홈런이라는 성적표에서 알 수 있듯이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 심정수로서는 이번 한국시리즈야 말로 팀과 삼성팬들에게 '해결사'로서의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비록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30경기에 나와 타율 0.214, 5홈런, 18타점으로 별다른 활약을 못했지만 이번에야말로 큰 경기 징크스를 깨뜨리겠다는 각오. 반면 김동주는 지난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85, 1홈런, 8타점의 불방망이로 팀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등 큰 경기에 강점을 갖고 있다. 시즌 후반기 부상 여파로 아직 타격감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은 점이 찜찜하다. 그러나 김동주는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대형 솔로홈런으로 부활의 시동을 이미 건 만큼 한국시리즈에서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