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담 대법관이 1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절절한 자기반성이 묻어나는 퇴임사를 마지막으로 35년간의 법관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 대법관은 "잘했다고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고 잘못한 일들만 생각납니다"는 말을 시작으로 그동안의 법관생활을 반추하면서 후회스런 일들을 하나씩 되짚어 나갔다.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후배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는 형식이 주류였던 종전 대법관의 퇴임사 관행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인 일로 평가된다. 유 대법관은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는 자만에 빠져 법관으로서 확고한 신념이나 목표 설정도 없이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사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소외당하지 않으려고 때로는 소신도 감춰가며 요령껏 법관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당사자의 주장 청취를 시혜적인 것으로 착각하거나 장황하다고 짜증냈던 일,법관의 권위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강변했던 일을 되새기며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그는 권력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던게 가장 부끄러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유 대법관과 함께 윤재식 이용우 대법관이 퇴임함에 따라 후임 추천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20일께로 예상되는 후임 대법관 제청은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의 취임 후 첫 인선인 만큼 그의 사법개혁 등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주목받고 있다. 대법관 제청후보 추천마감은 11일 오후 6시.법대교수나 판.검사 등 법조경력 15년 이상인 변호사 자격 소지자로서 40세 이상인 자가 추천대상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