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통해 김대중(金大中) 정부 당시 국정원 도청팀이 집권 여당 정치인과 민간인 등을 상대로 불법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청파문이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뿌리인 국민의 정부에서 조직적 도청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며 총공세를 폈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본말전도식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면서 `불법도청 원죄론'으로 맞서고 나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이 김은성(金銀星) 전 국내담당 차장을 구속한 데 이어 9일 김 전 차장의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불법 도청 배후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8일 구속수감된 김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0년 12월 당시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한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 등 당시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통화내용을 도청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한데 이어 영장실질심사에서 "국민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사과하자는데 그들(임동원.신 건 전 국정원장)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동원.신 건씨가 불법 감청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단서를 포착, 이들을 금명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도청정보가 청와대로 보고됐는지 여부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김 전 차장을 소환해 불법 감청한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통화내용을 당시 민주당 실세였던 권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했는지도 추궁키로 했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은 "어처구니가 없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말한 것으로 그의 핵심 측근인 이훈평 전 의원이 전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도 김 전 차장의 검찰 진술에 대해 "알 수 없는 얘기"라면서 "있을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집권당의 소장파 의원들까지 도청 대상일진데 당시 힘없는 야당의원들이라면 DJ 정부의 촘촘하고 거대한 도청의 그말망에 고스란히 포착됐을 것"이라며 "참여정부는 진실규명이라는 목적을 참여시켜 도청수사에 그물망을 던져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한 측근은 "국민의 정부 시절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 중 상당수가 현 정권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도청정권의 비호아래 태어난 현 정권도 떳떳할 수 없다"고 현 정권 책임론을 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남의 눈속에 있는 티를 보면서 내 눈속의 들보를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경구절처럼 한나라당이 본말전도식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현미(金賢美) 의원은 "왜 하필 우리측 인사들에 대한 도청내용만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흘러들어갔고, 낱낱이 밝혀졌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핵심 당직자도 "한나라당 정형근.김영일 의원이 당시 국정원내 일부 도청팀과 관련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나라당과 국정원 일부 직원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고웅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