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이후 수도권에서 시작한 분양권 가격 하락세가 서울 강남까지 확산되고 있다. 8.31 대책에 따라 양도세와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늘어난 다주택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급히 분양권을 분양가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급매물로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분양권 가격 하락세 "강남도 예외없다" = 9일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시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 분양권의 평균 평당가는 1천615만원으로 8월말(1천623만원)에 비교해 한달새 0.47% 하락했다. 이 기간 강남구는 0.04%, 서초구는 0.27% 소폭 올랐지만 송파구는 1.98% 내려 강남권 분양권 값은 전체적으로 1.08% 하락했다. 특히 지난주 서울 분양권 가격은 0.23% 하락해 올해중 주간 변동폭이 가장 크게 떨어졌는데, 이때 강남권은 분양권값이 0.47%나 추락했다. 강동구 암사동 L아파트 26평형의 경우 분양가(4억800만원선)보다 1천400만원 가량 내린 가격에도 분양권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2단지와 잠실시영도 프리미엄이 각 평형별로 8월말에 비해 1천만-2천만원 가량 낮아진 가격에 분양권이 나오고 있다. 도곡동 K아파트의 경우에도 43평형(분양가 7억5천250만원)에서 4천500만원이나 빠진 가격에 급매물이 나왔다. 인근 E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급하게 매물을 내놓았지만 매매가 안돼 계속 호가를 내리고 있는데,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계약금이라도 돌려받으면 다행" = 분양권 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은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다주택자들은 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더 내리기 전에 이미 지불한 계약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광명시 광명동 H 아파트의 경우 22평형(분양가 2억2천500만원선) 아파트 주인이 최근 계약금 2천550만원을 제한 가격에 급매물을 내놓았다. 다만 중도금 대출 이자 1천200만원은 매수자가 대신 지불하는 조건을 달았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중도금 대출 이자만 건지려고 계약금 2천550만원을 포기하고 급매물을 내놓았다"며 "결국 매수자는 분양가보다 1천만원 정도 싼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시 의정부동 H아파트의 경우 사정은 더 딱하다. 이 아파트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받았지만 33평형 집주인은 분양가보다 1천500만원 내린 가격에 아파트를 내놓았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이 집주인은 3주택자여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집을 내놓았다"며 "계약금으로 2천만원을 지불했지만 어떻게든 500만원이라도 받아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부천시 상동 D아파트도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1천만원 정도 내린 값에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원시 정자동 B아파트도 평형별로 1천만-3천만원이 내린 가격에 분양권이 나오고 있고 안양시 안양동 S아파트도 분양가보다 1천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분양권이 거래된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