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터미널 없이 LNG를 저장하고 기화시켜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운회사 엑셀레이터 에너지(발주 당시 엘파소)사는 몇 년 전 이런 고민을 했다. 육상 터미널이 필요없다면 육상 인프라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 없는 데다 터미널에 대한 테러 위험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어서다. 엑셀레이터사는 대우조선해양에 첫 LNG선을 발주했던 벨기에의 엑스마사와 함께 이 같은 구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조선소를 찾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엑스마사는 2002년 5월 LNG-RV선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LNG선 시장의 지평을 새롭게 연 대우조선해양의 도전은 이렇게 다시 시작됐다. 상상 속에 있는 개념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설계에만 약 10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LNG를 기화시키기 위해 선수 부분에 재기화 설비를 탑재하고,해수를 이용해 영하 163도에 달하는 LNG의 온도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30개월가량의 건조기간을 거쳐 지난해 말 치러진 해상 시운전에서 100여마일 떨어진 해저터미널에 자동으로 찾아가는 시스템과 해저터미널을 선박과 연결하는 '더미 부이 테스트',그리고 선상에서 기화된 천연가스를 해저터미널을 통해 육상으로 이송하는 테스트 등 모든 성능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 선박은 올해 1월 인도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 배는 13만8000㎥의 LNG를 5~6일 만에 가스로 바꿔 연간 300만t을 생산할 수 있다"며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7척 정도면 우리나라 연간 LNG 소비량(2000만t)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LNG-RV선을 건조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지금까지 4척을 수주,올초 세계에서 최초로 상업운항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8월 태풍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 루이지애나 지방의 가스설비 사용이 중단돼 가스 공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LNG 터미널이 필요없는 대우조선해양의 LNG-RV선만이 기동, 가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 이에 엑스마사의 회장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