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요즘 여성 대통령 논쟁으로 뜨겁다. 시대에 뒤져 보이는 이 논쟁은 야당인 사회당 소속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52)이 최근 주간 파리 마치와 회견에서 2007년 대선전에 나서고 싶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전국서기(당수)의 부인이기도 한 루아얄은 한때 각료를 지낸 유명 정치인이다. 루아얄은 현재 푸아투 샤랑트 지방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명망있는 여성 정치인의 발언이 보도되자 사회당 일각에서 여성의 대권 의욕을 폄훼하는 말들이 튀어 나왔다. 사회당 중진인 장-뤽 멜랑숑은 "공화국의 대선은 미인 대회가 아니다"라며 빈정거렸고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는 "누가 아이들을 돌 볼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대해 루아얄은 "발언들이 정말 놀랍다"면서도 이런 시각들이 사회당 다수의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당내 많은 인사들은 남녀의 동등한 경쟁을 약속해 온 정당에서 성차별적인 발언들이 튀어나오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회당내 마초(남성 우월주의) 풍조가 위험 수위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사회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쥘리앙 드레 당 대변인은 당내 대권 투쟁이 통제 불능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드레 대변인은 2002년 대선 1차투표에서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후보가 극우주의자인 장-마리 르펜에 패한 아픈 기억을 되살리면서 사회당에서 너무 많은 후보가 나서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역사상 여성 대통령은 없었다. 여성이 행정부의 최고위직에 오른 경우는 1991년 5월에서 1992년 4월까지 재임한 에디트 크레송 총리다. 프랑스는 서구 유럽 국가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성의 정계 진출이 미약한 나라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공식 출사표는 아닐지라도 루아얄의 대권 도전 의지가 표명되면서 여성 대통령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다. 르 피가로는 루아얄이 대권 도전 발언으로 사회당 남성들로부터 주연 자리를 빼앗았다고 보도했다. 논쟁의 성격과 관계없이 루아얄이 대중에 부각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최근 이폽(Ifop)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은 자크 랑 전 문화장관에 이어 두번째로 유력한 사회당 출신 대통령감으로 뽑혔다. 그 다음으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재무장관,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가 유력 주자로 선정됐다. 루아얄의 남편 올랑드 전국서기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드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각축중인 여권에서는 여성각료인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이 주자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순위는 높지 않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