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타결로 북한과 미국 간 관계가 정상화될 경우 북한의 국제 무대 복귀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국제금융시장에 복귀할 경우 낙후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6자회담 타결 이후 북한이 합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란 신뢰가 형성되면 자취를 감췄던 북한 채권거래가 재개되는 등 북한을 둘러싼 금융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 채권은 서방은행들이 원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외채를 채권화한 것으로,북한의 자금조달과는 무관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6자회담 타결을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정부는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최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6자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차기 회의 때 북한을 옵서버 형태인 '특별 게스트'로 초청하자고 공식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97년 ADB를 필두로 여러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6자회담 타결로 미국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경우 국제금융기구 중에서는 ADB가 북한의 가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ADB에 가입하면 아시아개발기금(ADF)을 지원받을 수 있다. ADF는 금리가 제로인 데다 상환 기간은 지불유예기간 10년을 포함,최장 40년으로 조건이 좋다. 여기에 북한의 숙원이기도 한 IMF에 가입할 경우 빈곤 퇴치와 성장지원제도(PRGF) 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925달러 이하의 최빈회원국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자금인 만큼 북한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 밖에 세계은행(WB)의 국제개발협회(IDA) 자금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국제금융시장 복귀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가입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북한에 대한 특별신탁기금(Trust Fund for DRPK)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금은 팔레스타인 동티모르 보스니아 코소보 지역의 경제 재건을 위해 지원된 바 있다. 이효근 대우증권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실현 여부는 북한이 합의사항을 잘 지켜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쌓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