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을 위해 자기 몸은 돌볼 틈도 없이 헌신하던 한 자원봉사자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급성 신장암이 폐로 전이돼 향년 51세의 아까운 나이로 17일 눈을 감은 고 전영숙(여)씨는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월곡동에서 `천사 아주머니'로 통했다. 전씨가 월곡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남편인 삼육의명대학 건축과 홍순명(53)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월곡동 달동네에서 집수리 봉사를 시작한 것에 동참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남편과 함께 달동네 주민들을 돕던 전씨는 2003년 월곡청소년센터 1층 한 켠에 월곡봉사센터를 차려 무료급식봉사에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매주 금요일 손수 식단을 짜 남편과 함께 인근 농수산물시장에서 장을 봐 100여명의 이웃들에게 점심을 제공했다. 또 삼육의명대 의대교수 10여명과 이 학교 미용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의료봉사, 미용봉사에 앞장서기도 했다. 자신의 일보다 봉사 활동을 더 열성적으로 해오던 전씨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말. 혈뇨가 나와 병원을 찾은 결과 급성신장암 진단을 받았고 1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완쾌되기에는 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였다. 그는 병세가 악화돼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몸 상태로도 월곡동 달동네 사람들을 걱정하고 `그들과 좀더 오래 함께 하기 위해 내 몸 관리에도 신경썼어야 했다'고 말해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폐까지 전이된 암은 결국 그녀의 생명의 촛불이 사그라들게 했고 19일 열린 발인식에는 월곡동 주민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벗이었던 고인이 긴 이별의 길을 떠나는 것을 함께 했다. 남편 홍교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좀 가라앉으면 아내가 마련해 놓고 떠난 월곡봉사센터를 그녀의 생전처럼 운영해나갈 생각"이라며 고인의 유지를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