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운 < 농업기반공사 사장ajw@karico.co.kr > 은행은 원래 11세기 이탈리아에서 원거리 무역상을 위해 사람들이 작은 탁자(banko)를 놓고 신용장을 취급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상인 길드인 '행(行)'이 원거리 무역에 '은(銀)'을 사용했는데,이 행(行)들이 금융업의 주체가 되면서 은행(銀行)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은행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환전상의 책상'이라는 의미에서 은행이라고 하며 '저장소'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요즈음 자주 듣는 혈액은행 탯줄은행 줄기세포은행 등은 모두 여기서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농지에도 은행제도를 도입,오는 10월 농지 임대수탁 사업을 필두로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농업기반공사가 농지 시장의 안정을 위해 농지를 매입 비축하거나,일시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농가의 농지 등을 매입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하고,그 농가가 다시 임차해 영농을 계속할 있도록 지원해 주며,농지 소유자가 농지를 임대 또는 매도하고자 위탁하는 경우에는 이를 농업인 등에 임대·매도해 주도록 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해·소음 등 각박한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이 농촌으로 귀농하고자 할 때 원스톱 서비스를 해주는 기능도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농지 거래 및 가격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농업인과 일반인들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 알려져 별도의 농지은행이 설립되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 농지은행이 언제 어디에 설립되는 것이냐,농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도 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농지은행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농지은행은 국제화 개방화에 따른 외국 농산물 수입의 확대,농가경영주의 고령화 등으로 농업인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고 우리나라 농업의 큰 과제인 영농 규모 확대와 후계자 확보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도입된 하나의 '사업'이며 별도로 설립되는 '은행'이 아니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주 목적인 일반은행과 달리 농지은행은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로서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에게 정확히 그 취지가 알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는 그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구과소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모처럼 추진되는 농업정책이 일부 사람들의 오해로 그 취지가 퇴색돼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