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 채용이 전부다 [한경에세이]
이형우 마이다스그룹 회장·마이다스아이티 최고인사책임자(CHO)

피터 드러커는 “채용에 5분밖에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5000시간을 사용하게 된다”며 올바른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용의 실패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기회비용의 손실을 비롯해서 리더들의 에너지와 조직 자원의 소모, 다른 구성원들과 고객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로 이어진다. 채용 실패로 인해 기업과 사회가 부담하게 되는 고통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좋은 인재를 뽑는 것 못지않게 부적절한 인재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올바른 채용’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인재를 자연성, 가연성, 불연성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자연성 인재는 타고난 열정으로 자신을 스스로 불태우는 사람이다. 항상 목적 중심적이고 성과 중심적으로 책임을 다해 일함으로써 주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조직이든 이런 인재는 희소하다.

가연성 인재는 동기가 올라오면 언제든 열정을 일으킬 수 있고, 적절한 코칭을 통해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한다. 이들은 어떤 리더를 만나고 어떻게 동기 촉발이 되는가에 따라서 열정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불연성은 동기가 없어 열정이 타오르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며 소극적으로 일하는 유형이다. 주변 상황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 유형을 더 추가하자면 ‘소화성(消化性)’이 있다. 소화성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열정마저 사그라지게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부정성은 조직 에너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소진시킨다. 이런 소화성 인재가 들어오면 조직은 몸살을 앓는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짐 콜린스는 조직 성공의 핵심이 올바른 사람을 선발해서 올바르게 배치하는 것이라고 통찰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who)와 함께할지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무엇(what)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이 가진 지식, 기술,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회사의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고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위해 함께 성과를 만들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일은 버스에 태울 자연성, 가연성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불연성, 소화성의 사람을 판별하는 것이다. 올바른 사람을 뽑는 ‘채용’과 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기는 ‘적재적소’가 경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까?

모든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일 잘하는 사람’이다. 즉 성과 중심적 몰입을 통해 성과를 잘 만드는 ‘고성과’ 인재다.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성과능력은 ‘지식×기술×역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지식이 능력의 재료라면, 기술은 능력의 도구이고, 역량은 능력의 성능이다. 역량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다. 좋은 디자인과 옵션을 장착한 자동차라 할지라도 엔진 성능이 낮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식과 기술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대개의 경우 지식은 언제든 쉽게 조달이 가능하고, 기술은 시간을 투입하면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성, 적극성, 전략성, 성실성과 같은 핵심 성과역량은 뇌의 신경가소성이 높은 결정적 시기인 출생 직후부터 청년기까지 성장 과정에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그래서 성인 이후에는 역량의 개발이 대단히 제한적이고 어렵다.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일지 아닐지는 입사 전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다. 역량 수준이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환경을 만나지 않는 한 고성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입사 초기에 일을 잘하지 못하던 사람이 나중에 일을 잘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용의 핵심은 사람이 아니라 ‘성과역량’을 뽑는 것이다.

채용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다. 그런데도 왜 올바른 채용을 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그것은 서류전형, 시험, 면접, 인적성검사 등 기존의 채용 방법들로는 ‘성과역량’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학벌이나 학점이 성과역량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대부분 기업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고스펙 지원자를 선호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한 중견기업의 경영자가 “이왕이면 명문대 졸업생을 뽑고 싶지만, 그런 인재는 모두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다”며 푸념하는 모습을 보았다. 왜 명문대 졸업생을 뽑으려고 하는지 물었더니 “좋은 대학에 가려면 치열하고 성실하게 공부를 했을 테고, 그런 사람이라면 일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신경과학이 말하는 진실은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다르다는 것이다.

구글은 어떤 기업보다도 인재를 채용하는 특별한 방식과 철학으로 유명하다. 인사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던 라즐로 복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명문대 출신을 채용하는 데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학벌이나 자격증은 업무 능력과 상관이 없다.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은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다. 대학은 정답 맞히는 능력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더 중시한다.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향후 고졸 채용 인원을 늘리겠다.” 학벌이나 학력이 높은 사람보다 지적으로 겸손한 태도를 갖춘 사람들이 뛰어난 성과를 냈다는 것이 구글 인사책임자의 결론이다.

역량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는 마이다스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출신대학과 성과능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적이 있다. 출신대학은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를 기준으로 1~10위 대학은 1그룹, 11~40위 대학은 2그룹, 40위권 밖 대학은 3그룹으로 나누었다. 먼저 출신대학을 살펴보았더니 1그룹은 25%였고, 3그룹이 39%로 가장 많았다. 기업에서 원하는 역량과 출신대학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다. 더 놀라운 결과는 성과평가와 출신대학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데이터다. 상위 15% 내에 속하는 고성과자들 가운데 1그룹은 20%에 불과하고, 3그룹이 44%로 가장 높았다. 출신대학과 업무 성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다.

대개의 경우 학교에서의 성적은 있는 답을 맞히는 능력이 좌우한다. 하지만 기업에서의 성과는 없는 답을 찾고 만들어가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없는 답을 찾고 만들어가는 데는 공감, 협력, 소통, 성찰 등 다양한 사회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능력은 긍정성, 적극성, 전략성, 성실성의 핵심 성과역량을 바탕으로 발현된다. 기업의 인재 선발 기준이 학벌, 학력, 학점, 자격증과 같은 스펙이 아닌 ‘성과역량’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면접으로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기업에서 면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채용 절차를 간소화하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것이 면접이다. 많은 기업이 면접에 상당히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 최고경영자가 면접에 직접 나서는 경우도 흔하다. 어떻게든 좋은 인재를 뽑고 싶은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면접을 통해 채용한 사람 가운데 소수만 고성과자로 성장한다.

과연 면접으로 올바른 사람을 제대로 판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친구, 연인, 배우자, 고객 모두 마찬가지다. 잘못된 만남과 관련한 모든 후회는 애초에 나의 기대에 가려 상대를 잘못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내 탓’인 것이다. 애석하게도 사람을 ‘보는’ 우리의 시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과학이 알려주는 답은 간명하다. ‘사람의 눈으로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뇌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인식한다. 인식의 주체인 ‘뇌’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한다.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진실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그들이 본 것은 눈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뇌가 해석하고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세상이다. 따라서 ‘무엇을 본다’는 말보다는 ‘무엇으로 보인다’가 더 맞는 말이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면접관이라 해도 인간이 가진 인지적 한계인 편향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 여기는 판사들의 법률적 판단조차도 혈당량에 영향을 받아 내려진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그날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편견과 편향의 존재다. 수많은 인지 편향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확증편향’이다. 자신이 가진 믿음이나 가설을 합리화하기 위해 믿음에 맞는 정보만을 찾거나 가설에 맞게 해석하는 사고 경향을 말한다. 확증편향이 생기는 주된 이유는 우리가 기억에 매겨진 감정적 가치에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판단의 주재료는 기억이다. 기억은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경험이 다르면 기억이 다르고, 기억이 다르면 판단이 다르며, 판단이 다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편향과 편견이 생기고 저마다 다른 진실을 갖게 된다.

편향이 경험과 기억으로 형성된 무의식적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모든 편향은 확증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존재인 것이다. 일례로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을 아주 짧은 시간에 첫인상만으로 평가한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은 지원서류나 외모와 같이 눈에 먼저 보이는 요소들로 지원자를 무의식적으로 평가한다. 무의식적 인지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면 이성적 의식은 합격시킬 이유를 찾고, 그렇지 않으면 탈락시킬 이유를 찾는다. 자신이 내린 무의식적 평가를 자신도 모르게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하는 존재이고, 따라서 면접에는 심각한 편견과 편향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사전 설계된 질문을 약속된 절차에 따라서 면접을 표준화한 ‘구조화 면접’은 어떨까? 사실 아직 많은 기업이 면접 전형을 진행하기 때문에 마이다스에서는 좀 더 효과적인 면접을 돕기 위해 ‘구조화 면접 질문 50선’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 면접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구조화 면접의 신뢰도 문제는 우리의 오래된 고민 중 하나다. 구조화 면접을 진행할 때도 첫인상으로 인한 편향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구조화된 질문이라 해도 면접관이 그 도출 배경과 이유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저 잘 만들어진 양식이 될 뿐이다. 구조화 면접도 근본적인 면접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신경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면접이 효과적인 채용 방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결코 면접으로 일 잘하고 성과 잘 내는 인재를 판별할 수 없다.

사실 마이다스도 면접에 진심인 회사였다. 창립 이후 15년 넘게 온갖 창의적인 면접은 다 해봤을 정도다. 일대일 면접, 집단면접, 심층면접, 관찰면접, 구조화 면접, 합숙면접, 인턴면접 등 웬만한 면접 방식은 모두 시도해보았다. 사람의 편향이 얼마나 강한지 알았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 면접관과 면접 시간을 늘리고 평가 과정을 다각화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대부분 참담하게 실패했다. 면접을 위해 쏟은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무의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눈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채용 면접을 보지 않기로 했다.

인재를 알아보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 노동부에서는 인재 채용에 활용되는 각종 검사와 도구에 대한 유효성을 판단하는 ‘타당도(validity coefficient)’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재 채용을 위한 검사 도구가 ‘실제 채용에 활용해도 좋은 수준’이 되기 위해선 타당도가 0.2 이상이어야 한다. 타당도가 0.35 이상이면 매우 유용하고, 0.11 이하이면 채용에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 기업에서 인재 선발 기준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벌, 학력, 학점, 영어 점수, 자격증, 인적성검사, 면접의 타당도는 어떤 수준일까? 한국경영학회의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타당도는 모두 0.11 이하였다. 인재 채용의 기준과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마치 주사위를 던져 사람을 뽑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고성과 인재의 기준은 일을 잘하는 ‘성과역량’이다. 마이다스는 서류, 스펙, 면접을 보지 않는 대신 생물학과 신경과학 기반의 성과역량 예측 솔루션인 ‘역검(역량검사)’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역검은 눈에 보이는 의식적 태도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뇌의 무의식적 반응을 통해 역량 수준을 예측한다. 역검은 보이지 않는 성과역량을 볼 수 있는 ‘과학적 렌즈’라고 할 수 있다.

역검은 고성과자 선발과 고위험군 선별에서 매우 높은 적중률을 보인다. 미국 노동부가 제시한 매우 유용한 타당도 수준인 0.35를 훨씬 초과하는 0.51 수준이다. 참고로 도로에 차가 많으면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 경우의 상관관계는 0.2 수준이다. 부모와 자식 간 키의 유전적 상관관계는 0.5 수준이다.

역검이 이렇게 성과역량을 잘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생물학과 신경과학 기반으로 성과의 핵심역량을 도출하고, 그 역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에 재직하는 실제 고성과자들의 성과역량 데이터를 학습시켜 성과 예측력을 더욱 높였다. 그 결과 역검은 지원자가 미래의 고성과자인지 여부를 기존의 선발방식보다 훨씬 높은 적중률로 예측하는 솔루션으로 만들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모든 현상은 그것의 속성이 드러난 모습이다. 열매가 현상이라면, 속성은 씨앗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지적 특성인 지식, 기술, 태도, 인성 등은 모두 보이지 않는 비인지 영역의 ‘역량’이라는 속성을 바탕으로 한다. 좋은 열매를 얻고 싶다면, 건강한 씨앗을 골라야 한다. 확실한 미래의 고성과자를 원한다면 보이지 않는 영역의 ‘성과역량’을 보아야 한다. 사람의 눈과 경험으로는 볼 수 없지만, 과학의 힘을 빌리면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역검’이다.

채용의 완성은 온보딩이다

물론 역검만으로 채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역검은 ‘일을 잘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아닌 실제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성과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도구다. 그렇지만 역검이 백퍼센트 완벽할 수는 없다. 또 사람의 보유역량은 환경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따라서 발현되는 수준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고 바람직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인재인지 검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마이다스에서는 역검을 통해 1차 선발된 예비 인재를 대상으로 수습 과정을 겸하여 3~6개월간의 ‘온보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온보딩 기간을 잘 마치면 채용이 마무리된다. 마이다스에서는 면접으로 채용이 완료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재를 모집하고 판단하는 과정은 역검으로 자동화되어 짧고, 수습 검증 과정이 길다. 마이다스에서 채용은 모집, 역검, 검증의 세 단계로 완성된다.

온보딩 과정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은 ‘적재적소’의 합리적 판단에 있다. 잘 클 수 있는 사람을 뽑았으면 다음엔 잘 클 수 있는 일을 찾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잘 클 수 있는 일이란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현해 성공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은 역량을 바탕으로 성과를 만들고, 성과를 만들어 성공 경험을 하고, 성공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역량 관점에서의 적재적소는 ‘보유역량이 높은 인재를 뽑아서 역량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는 역할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온보딩 기간을 통해 인재들이 각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역할과 업무를 찾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채용이 바로 서야 기업이 바로 선다

채용은 기업 경영의 시작이다. 모든 기업 활동의 바탕은 사람이다. 따라서 경영에서 한 가지만 해야 한다면 인사만 할 것이고, 인사에서 한 가지만 한다면 채용을 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이고, 채용이 전부(全部)다.

채용은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개인에게도 인생 전체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오는 일이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신중해야 한다. 마이다스에서는 사람을 ‘쓴다’는 표현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회사는 ‘사용자’가 아니고 구성원은 ‘노동자’가 아니다. 직장은 돈을 위한 생계의 일터가 아니라 자신을 세상에 반영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는 삶터다. 경영의 시작도 지향도 모두 사람이다. 경영은 사람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숭고한 실재(實在)이고, 실제(實際)적 행위다.

채용할 때는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불가피하게 탈락과 선발을 가르는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당연히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이상은 ‘평등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기회의 평등’이 그것이다. 역검은 전 과정이 온라인에서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학교도, 성적도, 성별도 보지 않는다. 스펙을 포함한 어떤 것도 보지 않는다. 역검은 오직 성과역량에만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성과와 상관없는 어떤 차별적 요소도 배제하고 ‘기회의 평등’을 통한 ‘공정한 채용’이라는 선기능을 제공한다.

기업 채용에서 스펙이 중요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까? 먼저 대학에서는 스펙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역량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교육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대학 교육이 스펙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바뀌면 고등학교는 입시 중심 교육에서 탈피하게 될 것이고, 고등학교 교육이 바뀌면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육도 바뀔 수밖에 없다. 역검은 채용 문화만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이 역량 기반으로 전환되는 계기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역검이 과학적이고 공정한 채용 도구에 머물지 않고 사람을 살리는 검, 기업을 살리는 검, 사회를 살리는 검이 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기회의 평등을 넘어선 진정한 평등은 능력이 가치가 되지 않을 때 실현된다. 그러려면 먼저 풍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경제는 사회의 기반이고, 경제 기반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 채용이 바로 서야 기업이 바로 선다. 바른 채용은 모든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5월 24일자에 게재되는 한경에세이 ‘채용의 기준은 성과역량이다’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