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주 < 한국증권금융 사장 sjhong@ksfc.co.kr > '길잃은 세대'(Lost Generation),192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 포진해 있던 미국의 젊은 작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1차 세계대전 참전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상이나 세계관이 무참히 부서지면서 전후 돌아온 고국에서 맞이하는 거대한 물질주의에 환멸을 느껴 유럽에 건너가 쾌락과 허무적인 생활에 빠져들었던 젊은이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런 '길 잃은 세대'의 배경에는 전쟁에서 돌아온 그들에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어학원에서 30세 전후의 젊은이들과 함께 중국어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이미 정규 취업 나이를 넘긴 이들은 친척의 사업장이나 카페 등지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현실이 주는 갑갑함으로 인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이들의 현재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였다. 향후 경기가 좋아지거나 기업의 신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하더라도 허드렛일로 세월을 보낸 무경력의 나이든 신입사원을 반길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30세 전후의 많은 젊은이가 우리사회에서 '잊혀진 세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은 고속 성장을 배경으로 여유 인력을 가지고 훈련을 시키면서 미래를 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저성장 기조와 함께 경쟁의 패러다임이 세계 속의 경쟁으로 바뀌면서 기업이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그동안 임금정책이 하후상박의 기조에서 이루어진 관계로 당장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신입사원에 대한 유지 비용이 부담스러워진 것도 기업에 새로운 노동력 흡수를 꺼리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외환위기로 많은 사람이 실직을 하면서 고용안정을 최고의 사명으로 삼고 있는 노동조합이 현재의 조합원에 대한 처우 개선 및 고용안정을 지키는 데 힘쓰다 보니 새로운 대기 인력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못한 것이다.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두 자릿수 내지 세 자릿수가 상례화되었으며,인터넷 취업 카페에 올린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한없이 패기가 넘쳐야 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앞으로 한 가족을 꾸려 나가야 할 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더 늦기 전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곧 계절이 바뀌면서 시작될 취직 시즌에 젊은이들에 대한 문호가 보다 활짝 열렸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