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민들에게 선택의 날이 밝았다. 호스니 무바라크(77) 대통령의 24년 집권체제를 6년 더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새 지도자를 뽑을 것인지를 결정할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대통령선거관리위원회(PEC)는 7일 오전 8시(현시시간)를 기해 전국의 각급 학교 등에 설치한 약 1만곳의 투표소 문을 일제히 열어 유권자들을 맞았다. 현지 TV 방송들은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소 개소와 동시에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비교적 순조롭게 투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투표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10시까지 진행되고, 전체 인구 7천만명 중 유권자로 등록한 18세 이상의 약 3천200만명이 투표 참가 대상이라고 나일 TV는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판사와 각 후보 대리인 1만3천여명의 감시ㆍ감독 하에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투표결과의 윤곽은 이르면 8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식 결과 집계에는 수 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투표는 이집트 사상 첫 경선으로 실시되는 대선으로 기록됐다. 이집트 정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9.11 테러를 계기로 중동 민주화 구상을 추진한 미국의 압력에 따라 지난 5월 대선에서 복수 후보 출마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했다. 정세 분석가들은 집권 국민민주당(NDP) 후보로 출마한 무바라크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무난하게 과반 득표로 당선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투표율이 50%를 밑돌게 되면 선거결과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커 무바라크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카이로 도심 누바르 중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의 경우 오전 8시까지 투표대기 행렬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저조한 투표열기를 전했다. 총 9명의 야권 후보 가운데 대표 주자로 부상한 알-가드(내일)당의 아이만 누르(41) 후보 진영은 공정한 선거가 치러진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분석가들은 누르 후보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알-와프드당의 노아만 고마(71) 후보가 무바라크 대통령에 이어 2위 득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1, 2위 득표자를 상대로 오는 17일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한편 최고행정법원은 투표 전날인 6일 시민단체(NGO)들이 투표소 내에서 부정선거 감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하급법원 결정을 파기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고행정법원은 현행 헌법상 선관위의 선거관리 절차는 사법적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만큼 선관위가 시민단체의 투표소 내 참관을 불허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의 투표소 내 감시활동은 어렵게 됐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