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늑장대처 논란이 장차 몇년간 선거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4일 발 빠르게 9.11테러 위원회와 같은 성격의 '카트리나 위원회'의 설치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공화당 대선 후보군에 속하는 상원 원내총무 빌 프리스트 의원이 정부의 대응 조치와 관련 의회 차원에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힐러리 의원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 정부가 허리케인 참사를 미처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늑장대처는 "대재난 대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가 아직 3년 이상이 남아있는 만큼 우선 내년 11월 의회 선거에서 과반수 탈환을 위해 이 문제를 계속 쟁점화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재난을 당한 지역의 관리들은 물론 미국 국내외 언론은 한결같이 부시 대통령이 이번 재난의 위력을 간과하고 초기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와 ABC 뉴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다른 쟁점과 마찬가지로 응답자들의 지원정당에 따라 의견이 양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51%가 연방정부의 재난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 반면 48%는 정부의 대응조치에 만족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의 68%가 미흡했다고 주장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의 66%가 충분했다 혹은 좋았다고 응답해 정당 선호도에 따라 양극 평가는 확연히 드러났다. 이 가운데 텍사스주에서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대통령 임기중에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여론이 점점 높아져 부시 대통령의 정치 기반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9.11 테러를 계기로 강력하고 단호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는데 이번 재난에 우유부단하고 뒤늦게 대처함으로써 좋은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게됐다. 클린턴 의원은 국토안전부가 정부내 관련 부서들을 끌어들여 몸이 비대해지면서 대처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면서 국토안보부 산하에 있는 연방 재난관리청(FEMA)을 국토안보부에서 분리, 부처급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입법 절차도 밟아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FEMA 대한 비난여론이 계속되자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4일 마지못해 "초대형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앞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데 기본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며 재난발생시에 주정부 혹은 지방정부가 아니라 FEMA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재난에 정치를 개입시켜서는 안되는 입장이고 프리스트 원내총무도 재난복구가 끝난 후에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진영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9.11 진상조사위원회와 같은 '카트리나 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양당의 정치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