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연기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로 예견된 것이긴 했지만 미국과 중국 간에 심각한 불협화음의 징후가 표출된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5일 정치 평론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홍콩의 중국 정치평론가인 조니 라우(劉銳紹)는 단지 미국 남부의 "허리케인 피해 때문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연기됐다는데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라우는 먼저 "당초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과 하루 반나절을 보낼 예정이었는데 어떻게 이것이 부시 대통령의 구호 및 복구 일정에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중국측이 허리케인 피해를 회담 연기의 구실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양국 실무진들이 후 주석 방미에 앞서 방문 의전 및 격식부터 양국간 무역분쟁까지 다양한 현안들의 이견을 조율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 주석도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한편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추가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자 할 것이라면서 "후 주석의 성격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는 다르다. ..그는 미국측 요구에 굴복하기보다는 차라리 기다리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탄장(淡江)대학 미국학연구소 천이신(陳一新) 교수도 부시 대통령이 구호활동에 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방문 연기는 적절한 것이었다면서도 이는 미국내 대중(對中)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 교수는 "방미에 앞서 양국이 국빈방문인지 아닌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던 만큼 방미 연기는 양측에 이와 관련된 의견차를 줄이는데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두 정상은 이달 중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도 쌍무회담을 가질 예정이고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도 만날 예정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위완리(余萬里) 교수는 중국의 언론매체가 후 주석 의 방미 연기에 대해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연기사유에 대한 무성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시인했다. 위 교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마치 9.11테러와 같은 것이었다"며 "손님으로서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허리케인 피해 복구에 분주한 상황에 후 주석이 방문하는 것은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