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하에 동참해 장기 불황 함께 극복합시다.' 서울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강남구 압구정동 곳곳에 임대료 인하를 호소하는 이색적인 플래카드가 내걸려 화제다. 1000여곳의 상가 운영자들로 구성된 '압구정 상가번영회'가 압구정동 신사동 대로변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상가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풍 압구정 상가번영회 회장은 "불황이 워낙 오랜 기간 계속되다 보니 외환위기 때도 붙이지 않았던 플래카드를 5곳에 내걸었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임대료 인하에 동참해줘서 고맙다'는 플래카드를 또 내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동 일대 상가의 임대료는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정식집인 '압구정종갓집' 관계자는 "최근 소유주와 월 임대료를 100만원 낮추기로 합의했다"면서 "주변 5~6곳의 상가에서도 임대료를 상당히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한주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압구정동에서도 1년 이상 비어있는 사무실이나 상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건물주들은 임대료가 밀려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무조건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압구정 일대의 상가나 빌딩은 안정적 수입의 대명사였는데 요즘은 그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