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광교 사거리까지 500m 구간엔 임대 물건이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겁니다.광화문쪽 직장인 뿐만 아니라 종로와 을지로 양쪽에서 유동인구가 유입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죠"(베니건스 점포개발팀장) '종로와 청계1·2가'일대가 서울 강북권의 '특급 상권'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계천 복원 덕분에 청계천 양안을 물론 을지로와 종로간 보행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종각역에서 종로2가까지 '종로통' 대로변에 국한돼 있던 상권이 청계천 인접 지역인 관철동 무교동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관철동 임대료 평당 2500만원까지 치솟아 변화가 뚜렷한 곳은 종로2가와 청계천 사이 '피아노 거리'로 불리는 관철동 지역.'종로 뒷골목'쯤으로 밀려 소외된 이곳에 청계천이 제 모습을 갖춰 가면서 20,30대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이곳에 위치한 베니건스 종로점은 올 들어 매월 25%씩 매출이 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양규 파리바게뜨 점포개발팀 과장은 "청계천과 종로의 접점 지역이라는 이점 덕분에 종로통에 필적할 만큼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로 지어진 청계2가 천변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료가 평당 2000만∼2500만원 선에 형성되고 있다. 김영칠 훼미리마트 강북개발과장은 "무교동 주변 건물의 평당 임대료가 800만∼1000만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품이 끼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대형 빌딩주들이 금융 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1층을 비업무용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외식업체들 진출 러시 대형 외식업체들은 청계천 22개 다리 중 첫 번째인 모전교 일대를 '공격 목표'로 '청계천 특수'에 대비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가 22일 '청계 일레븐(신문박물관 옆 옛 갑을빌딩)' 빌딩 2층에 문을 연 데 이어 1층엔 크라제버거와 스무디킹이 들어선다. 베니건스 맞은 편 대각선 방향의 효령빌딩 2,3층엔 논현동·분당에 본점과 분점을 두고 있는 고급 차이니스 레스토랑 '공을기객잔'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등도 부지 물색을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서만동 베니건스 점포개발팀장은 "240평 규모에 전세금 20억원을 주고 월세는 매월 매출의 일정 부분을 떼 주는 수수료 매장 형태로 계약했다"며 "청계천을 보러 오는 주말 가족 고객이 많을 것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북 르네상스'시대 열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종로 상권이 청계천을 가로질러 을지로나 명동 상권과 통합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관철동 지역을 '인사동-종로-명동'을 잇는 '청소년 문화활동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서만동 팀장은 "종로와 명동 간 이동이 예전보다 수월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종로-명동을 아우르는 좀 더 큰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게다가 서울시가 시청 앞 잔디광장과 청계천 시점부 광장을 잇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 종로 상권은 이래저래 호재를 맞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극장가 관계자들은 "청계천 복원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극장은 서울극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현근 명보극장 영업팀장은 "청계천 복원공사가 끝난다고 충무로 쪽의 유입 인구가 당장 크게 늘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청계천에서 내려오는 을지로3가역 사거리에 보행로가 확보되고 충무로 쪽 영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잘만 추진돼 지역의 흡인력이 커지게 되면 청계천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계획안에 따르면 종로3가-을지로3가-충무로를 잇는 '돈화문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이 예정되어 있으며 충무로역도 20억원을 투입해 새단장한다는 계획이다. 박동휘·차기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