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이병이 선임병들의 구타에 격분한 나머지 부대 식당 밥솥 등에 제초제를 투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군은 12일 인천시 강화군 동검도 해군 모기지에서 제초제가 섞인 보리차가 발견된 사건을 수사한 결과, 이 부대에 근무하고 있는 이모(20) 이병이 구타한 선임병들을 골탕먹이려고 식당내 밥솥 등 5곳에 제초제를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6월 8일 부대로 전입한 이 이병은 선임병 4명으로부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차례 구타와 욕설을 당했으며, 사건 당일인 같은 달 28일 오전 6시10분께에도 선임병 임모 일병으로부터 국기 게양 때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구타당했다. 이 이병은 순간적으로 격분해 제초제가 생명을 앗아갈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선임병들을 골탕 먹이려고 부대에 보관돼 있던 제초제를 오전 6시20분께 식당내 밥솥 등 5곳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 이병은 제초제를 투입하고 10분정도 지나 자신을 잘 대해준 다른 간부 및 수병들이 제초제가 섞인 물을 마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들통에 들어있는 오염된 식수를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취사병인 임모 일병에게 거짓 고백을 했다. 임 일병은 들통에 들어있던 물이 상한 것으로 판단하고 물을 버린 뒤 이를 세척토록 하고 부대원들과 식당내 다른 곳을 확인하던 중 김치통과 밥솥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식별, 전탐장인 김모 중사에게 보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사건 직후 해군 헌병감실은 수사본부를 편성, 소속 부대원 전원의 당일 행적을 확인 조사하고 현장에서 수거한 제초제병 등 증거물을 국방부 합조단과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해군은 거짓말탐지기와 뇌파분석기 등을 동원해 부대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이 이병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이달 10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20분까지 재차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이병은 다음날 수사팀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해군은 상해미수죄를 적용해 그를 구속수사중이다. 이와 함께 해군은 맨처음 제초제가 섞인 보리차를 마셨다며 복통을 호소해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조모 이병에 대해서도 불구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 이병은 제초제가 투입되기 20분 전인 오전 6시께 복도 청소를 하다가 갈증을 느껴 밥솥에 들어있던 보리차를 2잔 마셨다는 것이다. 오전 7시10분께 취사장에서 물을 마신 부대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 이병이 물을 마신 사실이 드러나 주임원사는 조 이병에게 구토하도록 하고 우유와 한약제가 섞인 물을 마시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조 이병은 제초제가 섞인 물을 마셨다고 거짓말을 해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4차례 소변 검사 중 2차례 약물 양성반응이 나았지만 혈액검사 등에서는 정상소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해군은 오전 6시30분께 김 중사 지시로 부대원들이 제초제가 묻은 들통을 세척할 때 조 이병은 맨손으로 세척하고 손을 제대로 씻지 않아 제초제 성분이 일부 몸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 이병은 "보리차를 마시고 제초제가 투입된 물을 마신 것처럼 행동을 한 것이 겁이 나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결국 입원기간 중 환자 보호 차원에서 수사를 강행할 수 없어서 사실관계 확인이 늦어졌다고 해군은 말했다. 해군은 이 이병을 구타한 선임병 4명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의법 조치하고 관련 지휘관에게도 지휘책임을 묻기로 했다. 해군은 "부대내 독극물 보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병영내 구타, 가혹행위 등을 정밀 진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threek@yna.co.kr